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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월명성희(月明星稀)- 허승도 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8-10-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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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명성희(月明星稀) 오작남비(烏鵲南飛)…’ 달이 밝으니 별은 드물고 까마귀와 까치는 남쪽으로 날아간다는 뜻이다. 삼국지의 중심인물인 조조가 적벽대전을 앞두고 달빛이 밝은 양쯔강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지은 서정시 단가행(短歌行)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시는 800년 뒤 중국 송나라 대문장가인 소동파의 적벽부에 인용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는데, ‘한 영웅이 나타나면 다른 군웅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자취를 감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조조는 밤에 까마귀가 울면서 날아가는 불길한 징조가 있었지만 전투에서 승리를 자신하면서 ‘조조가 출현하니 유비와 손권을 비롯해 여러 군웅들이 사라진다’는 뜻으로 이 시를 지었다. 그러나 적벽대전의 결과는 정반대였다. 조조의 100만 대군이 유비와 손권의 10만 연합군에 박살이 났다. 촉·오 연합군이 화공법으로 조조의 대선단을 불태워 버렸고 겨우 목숨만 건진 그는 까마귀와 까치처럼 도망쳤다.

    ▼이 시에서 오작(烏鵲)은 군왕을 보필한 신하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작남비는 군왕이 힘을 잃자 신하가 도망을 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대한민국에도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밝은 달이 떠오르니 한때 달이었던 두 전직 대통령은 보일 듯 말 듯할 정도로 희미한 별이 되고 그들의 참모들도 사라지는 형국이다.

    ▼소동파는 적벽부에서 한 시대의 영웅들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는 나그네의 질문에, “우리의 인생은 천지 간에 기생하는 하루살이처럼 짧고 우리의 몸은 바다에 던져진 한 톨의 좁쌀과 같다”고 답했다. 무한한 우주 속에 미미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무상함이 깔려있지만 조조처럼 오만하지 말고 늘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두 전직 대통령은 달이 밝으면 별은 희미해진다는 우주의 이치를 몰랐을까?

    허승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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