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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먼나라 이야기- 이준희(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10-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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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가을 ‘문화예술도시 창원…’ 기획취재를 위해 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스페인은 구엘공원,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 등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양식과 구겐하임 미술관, 그리고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카탈루냐인들의 대규모 집회를 눈앞에서 볼 수 있어 인상 깊었다.

    스페인은 모든 양식의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는 나라이다. 다른 유럽국가들도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지만 스페인은 이민족들의 침략 등 여러 이유로 로마식 건축, 무어양식, 중세의 건축, 근대건축 등 다양한 건축양식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도 좋지만 낡은 산업시설을 재생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스페인 문화예술에 있어 일종의 혁신이었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보며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첫째 황폐화되어 가는 산업도시를 방치하지 않고 문화정책을 주도한 바스크 정부의 문화산업 정책이었다. 바스크 정부는 1991년 ‘빌바오 메트로 폴리-30’을 창설해 21세기 도시재생 전략을 수립했고, 이후 공공자금의 지원을 받는 도시개발공사 ‘빌바오 리아 2000’을 창설해 이곳에 주거와 업무, 상업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 비즈니스센터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문화정책을 수행했다. 도시재생을 통해 생겨난 구겐하임 미술관 역시 빌바오를 대표하는 상징 공간이 됐다.

    둘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었다. 1993년 착공해 1997년 개관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빌바오를 찾아 누적 방문객이 2000만명을 넘었다. 셋째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규모와 외관.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미술관은 대지면적 3만2700㎡, 건축면적 2만4290㎡, 갤러리 공간은 1만1000㎡에 이르며, ‘메탈플라워’·‘물고기 비늘’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독특한 외관이었다. 티타늄을 주 소재로 유려한 곡선을 감싼 미술관은 시간과 날씨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아주 흥미로웠다.

    침체된 도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도시재생을 통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며 지자체가 설립한 미술관 하나 없는 창원의 안타까운 현실이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정말 부러웠다. 창원은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조각가 문신 선생과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 선생, 모더니즘 조각의 대표작가 박종배,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제작한 김영원 등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입체작가와 많은 평면작가들을 배출한 도시 창원에 미술관이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지난해 초 창원시는 ‘창원 재창조 3대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김종영 선생의 미술관을 옛 39사 이전부지인 의창구 도계동에 총 3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0년 준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역 예술인들은 지역 출신의 위대한 예술가들을 조명하고 담아낼 수 있는 미술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치 있는 인물을 발굴하고 이들이 지역사회, 후학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한 미술관, 특정인을 위한 미술관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언제나 마음 편히 찾을 수 있는 미술관을 원한다. 이제는 언제 건립될 것이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세울 것인지, 무엇을 채울 것인지 고민했으면 한다.

    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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