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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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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10월의 기억, 그리고 기념- 남재우(창원대 사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8-10-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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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엔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일이 많다. 39년 전 10월에는 ‘인간답게 살기를 원했던 사람들’이 유신독재에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야 항쟁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할 조직이 만들어졌다.

    지난 8월 22일 설립을 공식화한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 그것이다. 부산과 마산 출신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항쟁기념일도 ‘10월 16일’로 결정되었다.

    부마민주항쟁은 유신독재체제에 맞서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부산·마산 등지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이다.

    항쟁은 부산에서 시작되어 마산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부마항쟁’이라 부른다. 나흘간이었지만, 그 여파는 컸다. 10·26사태로 박정희가 총탄에 죽었고, 유신체제는 끝났다. 그래서 부마항쟁은 4월혁명, 5·18광주민중항쟁, 6월항쟁과 함께 한국현대사의 흐름을 바꿨던 중요한 사건으로 자리매김되었다.

    부마민주항쟁은 ‘사람 살 만한 세상’을 외면했던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이었다. 유신체제 말기의 인권 유린은 양심적 지식인과 청년 학생들을 분노케 했다. 경제위기와 비인간적인 노동정책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을 위협했다. 노동자들의 평화적 농성을 폭력으로 진압했고, 한 여성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YH사건이다. 노동조합 대의원 선거에 참석하던 여성노동자들에게 똥물을 뿌리기도 했다. 1978년 동일방직 똥물 투척 사건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똥을 먹고 살지는 않았다’는 여성노동자들의 울부짖음은 세상을 경악케 했다.

    1979년 10월 16일 부산에서 항쟁은 시작되었다. 18일 마산으로 이어졌다. 대학생만이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노동자를 비롯한 시민들이 합세했다. 유신 체제 하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저항이었으며, ‘유신 철폐’와 ‘독재 타도’ 구호를 정면으로 내건 최고 수준의 항쟁이었다.

    우리들의 불꽃은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 되어/ 거리와 골목/ 교정과 광장에서/ 민중의 손에 들려/ 노동자와 농어민/ 도시 빈민과 진보적 지식인/ 학생들의 손에서 거대한 불꽃으로 불기둥 되어/ 하늘을 찌르며 타올랐다(임수생, 거대한 불꽃 부마 민주 항쟁)

    18일 계엄령이 내려졌고, 마산에서는 20일 위수령이 발동했다. 반독재투쟁은 ‘일부 학생과 불순분자의 난동’으로 왜곡되었다. 정부통계로만 1563명이 연행되었고, 100여명이 기소되었다.

    늦었지만 기념재단 설립은 의미 있는 일이다.

    기념재단 정관 1조에는 “부마민주항쟁의 정신을 기념하고 계승하는 사업을 전개해 민주주의와 우리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사건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2013년 6월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넘게 조사해 지난 2월 내놓은 ‘부마항쟁진상보고서(초안)’는 부실이며, 누락되었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 차원의 최초 공식 보고서인 만큼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진상이 정확하게 규명되도록 해야 한다. 항쟁의 중요성과 의미, 성격 등이 규정되기 때문이다. 진압 과정의 불법성과 가해 주체, 연행자 조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마산 시위현장에서의 유치준 사망의 진상, 남민전 사건과의 연관성 조작 여부 등도 규명되어야 한다.

    항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요구가 지금의 사회에서 계승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도 뒤따라야 한다.

    시민들의 요구로 민주주의는 진전되어 왔지만, 여전히 사회적 약자들은 경제적 양극화로 고통받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자본가의 갑질로 얼굴도 드러내지 못하고 시위에 참여하는 지경이다. 기념하는 재단은 이러한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념한다는 것은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부마항쟁이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지향했던 것처럼, 부산과 마산만의 것이어서도 안 된다.

    남재우 (창원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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