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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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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면역항암제

  • 기사입력 : 2018-10-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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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훈(창원파티마병원 혈액종양내과 과장)


    올해 노벨의학상은 일본 혼조 타스쿠 교토대 명예교수와 미국 제임슨 앨리슨 MD Anderson 암센터 교수가 선정됐다. 이들은 각각 PD-1, CTCL-4라는 인간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해 사멸시키는데 관여하는 단백질을 발견해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면역항암제의 원리를 발견한 것이다. 평생 세 명 중 한 명은 걸린다는 암은 여전히 난제이다. 수술로 초기에 암을 제거하지 못할 경우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1세대 세포독성 항암요법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무작위로 공격해 탈모, 점막염, 면역 저하 등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2세대 표적 항암제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공격 목표로 해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지만 내성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 3세대 면역항암제는 항암치료의 획기적인 혁신이다. 암세포는 체내 면역 체계로부터 공격당하지 않도록 회피하는 기능이 있는데 3세대 면역항암제는 이러한 기능을 없애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다.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 빈도가 낮고, 치료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1세대 세포독성 항암요법과 2세대 표적치료의 병합이 최근 항암치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내 판매 허가를 받은 대표적 면역항암제로는 키트루다, 옵디보, 티센트릭, 여보이 등이 있다. 비소세포폐암, 흑색종 등 각종 질환에서 투여 가능하고 면역항암제 원리상 더 많은 암종 치료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면역항암제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무조건 면역항암제를 모든 암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모든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폐암의 치료로 면역항암제를 쓰려면 종양 조직검사에서 PD-1 단백질 발현이 양성이어야 한다.

    해당 기준에 맞는 환자들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했을 경우 기존 항암제에 비해 높은 치료 효능과 삶의 질 개선이 확인된 것으로 보아 면역항암제에 치료가 잘 되는 질환, 조직형, 환자군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이 없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갑상샘 기능 저하 등 내분비 질환, 간염, 간질성 폐렴, 설사 등이다. 투여 시 가끔 과민반응도 생길 수 있어 다양한 분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일정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투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환자들이 치료 시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경우는 환자가 그 비용을 100%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1회 투여에 약값만 수백만원이 든다. 2, 3주에 한 번씩 투여해야 하니 1년이면 수천만원에 달한다. 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서도 말기 암 환자의 마지막 희망인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아직 다양한 암종에서 면역항암제의 급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비급여 투여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각종 임상시험 결과와 논문 등을 참고해 식품 의약품 안전처의 적응증 외의 목적으로 약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오프라벨이라 하여 적합한 약이 없거나 촌각을 다투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할 때 비급여로 이뤄진다. 하지만 기준도 엄격해 대학병원 급의 종양 전문가가 참여하는 다학적 위원회가 있는 병원에서만 사용이 허가돼 있다. 무분별한 고가 면역항암제의 투여를 막기 위한 목적이다. 면역항암제가 최신 치료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1세대와 2세대 치료 혹은 두 치료의 병합 치료가 표준치료이고, 표준치료의 효과도 상당하거나 일부 약은 월등하다. 따라서 서두르지 말고 현재 치료받고 있는 담당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면역항암제는 여전히 개발과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며 향후 더 나은 치료 효과와 급여 확대를 기대해 본다.

    장성훈(창원파티마병원 혈액종양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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