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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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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바람의 전화’- 김종민 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18-10-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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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북동부의 혼슈 도호쿠 지방에 있는 이와테현의 오쓰치 마을 바닷가 언덕 위에는 하얀색 공중전화 부스가 마련돼 있다. 그 부스 안에는 전화기 한 대와 작은 공책이 하나 있어 지나가는 누구나 들러서 전화를 걸고 메모를 남길 수 있다. 지난 2011년에 설치된 이 공중전화 부스는 죽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이후 지금까지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이 전화는 이후 ‘바람의 전화’라고 불리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본 북동부를 덮쳤다. 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고, 지진의 여파는 바닷가 작은 마을에 10m가 넘는 쓰나미를 발생시켜 주민의 10분의 1에 달하는 130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돼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잠겼다. 이때부터 이 마을 언덕 위엔 바람의 전화가 설치됐다.

    ▼바람의 전화는 이 마을에 사는 이타루 사사키라는 노인이 설치했다. 그런데 이 전화는 전화선이 연결돼 있지 않다. 노인은 쓰나미로 세상을 떠난 사촌 형에게 못다한 말을 하고 싶어 전화 부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마을 사람들이 부스를 찾아 전화기를 들었다. 그들은 고인에게 생전에 하지 못한 말을 전하고 공책에 적었다. 이때부터 바람의 전화는 일본 전역에 알려지게 되고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 보낸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우리 모두는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에게 말하지 못한 말들을 가슴에 하나씩은 지니고 살아간다. 미안했던 마음, 그리웠던 마음, 사랑하는 마음들을 용기 내 말하길 주저하고 있다. 바람의 전화를 찾은 사람들은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을 가슴에 묻고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그동안 소홀했던 그 누군가를 위해, 그들에게 미뤄두었던 말을 전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어보자. 전하지 못한 말들을 가슴에 묻지 않기 위해….

    김종민 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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