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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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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가을- 강희정 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18-10-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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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파랗게 파랗게 높은 하늘~/가을 길은 고운 길~/트랄 랄랄라~/트랄 랄랄라~/트랄 랄랄랄라~/노래 부르며~/산 넘어 물 건너 가는 길~/가을 길은 비단 길~(동요 ‘가을길’ 중)’ 학교에서 배웠는지 아이가 연신 흥얼거린다. 그 흥얼거림이 전염되듯 귀에 쏙, 입에 착 감기는 것을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끝까지 버틸 것 같던 111년 만의 폭염도 시간의 흐름 앞엔 속절없이 무너졌다. 시원한 바람을 느낄 새도 없이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분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열매들이 무르익어 간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이번 겨울은 작년보다 더욱 빠르게 찾아올 예정이라고 한다. 설악산엔 이미 지난 11일 첫 얼음이 얼었고, 18일엔 첫눈이 내렸다. 아직 가을을 제대로 느껴 보지도 못했는데 겨울이라니 아니 될 말이다.

    ▼오늘은 24절기 중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霜降)이다. 쾌청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밤의 기온은 매우 낮아지는 때이다. 일교차가 큰 탓에 수증기가 지표면에 엉겨 서리가 내리며 얼음이 얼기도 한다. 하지만 상강 전후로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국화꽃이 활짝 핀다. 이때쯤 우리 조상들은 가을걷이를 끝내고 풍류와 단풍놀이를 즐기며 국화주와 국화차·국화전을 만들어 먹었다. ‘겨울의 문턱’ 입동 바로 앞의 상강은 가을의 절정을 만끽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을의 끝자락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산은 울긋불긋 오색 단풍을 뽐내고 들녘엔 억새가 출렁인다. 코스모스 꽃들은 한들한들 가을 향기를 뿜는다. 우리 동네 뒷산도, 우리 집 앞 공원도 가을을 뽐내고 있다. 끝도 시작도 없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 가을을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 짧기에 더 황홀하고 놓치기 아쉬운 가을이 기다리고 있다. 가을이 저만치 성큼 달아나기 전에 사랑하는 이들과 두 눈에 꼭 담아보자. 멋진 가을을 위해.

    강희정 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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