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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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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48)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18

‘둘이서 여행을 하면 어떻게 해?’

  • 기사입력 : 2018-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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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는 저녁 때까지 그치지 않고 올 것이다. 비 때문에 운전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저 혼자 갈 수 있지만 고미술을 거래하는 사람들 중에는 불량한 사람들이 있어요. 가짜도 많구요. 자칫하면 칼부림도 일어난대요. 소개하는 사람이 조선족인데 위험한 사람이에요. 저 혼자 가기가 쉽지 않아요.”

    김진호에게 동행을 요구하는 것은 보호해 달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중국인들보다 조선족이 더욱 무섭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조선족 사기꾼에게 걸리면 돈도 빼앗기고 어디론가 끌려가 장기를 적출한 뒤에 쓰레기더미에 버린다는 소문이 나돌아 흉흉했었다. 낯선 곳에 가는 것이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

    “누님은 언제 한국에 돌아가십니까?”

    서경숙은 장대한과 함께 갔으나 행적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서경숙이 지시한 일인지도 알 수 없었다.

    “내일 돌아가신다고 해요. 지금 남경에 가셨어요.”

    “그렇군요.”

    “저하고 동행하실 수 있겠어요?”

    전은희가 까만 눈으로 김진호를 응시했다. 전은희는 청바지와 블라우스, 그리고 검은색의 재킷을 입고 있었다. 키는 보통인데 커다란 가슴이 베이지색 블라우스를 떠받치고 있다. 김진호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가슴을 더듬었다.

    ‘둘이서 여행을 하면 어떻게 해?’

    김진호는 전은희가 부담스러웠다.

    이내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양고기와 파스타가 맛이 좋았다.

    “동행해야지요. 그럼 언제 출발합니까?”

    전은희와의 동행은 약간 불편하다. 자꾸 그녀의 가슴에 눈이 갈 것이다.

    “점심식사하고요.”

    “천진에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오늘 볼일을 보고 돌아올 수 있습니까?”

    “돌아올 수는 있겠지만 너무 피곤하지 않겠어요?”

    밤늦게까지 운전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미술 상인을 만난 뒤에도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럼 상황을 봐야 하겠군요. 천진에 어떤 그림 때문에 가는 겁니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해요. 고미술 20여 점이 있는데 북한 쪽 그림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서적이나 글씨도 좀 있고요.”

    “중요한 책들입니까?”

    “책 중에는 고구려 역사서 <유기(留記)>가 있어요. 그게 제일 중요하죠. 고구려 영양왕 11년(600)에 이문진이 이를 요약하여 <신집(新集)> 다섯 권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삼국사기>에 담겨 있을 뿐, 오늘날은 전하지 않아요.”

    “그럼 천진에 그 유기가 있다는 겁니까?”

    김진호는 예삿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네.”

    김진호는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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