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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창원시 ‘인재스쿨 운영비’ 지원

“특정 학교만 혜택”…“학력차 해소 도움”

  • 기사입력 : 2018-10-2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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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가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전액 시비로 지원하고 있는 진해·창원 ‘인재스쿨’과 관련, 거점학교 학생 비율이 높아 타 지역·학교와의 형평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도를 폐지하거나 예산을 분산시켜 혜택을 골고루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창원시의회에서 제기됐다. 이에 진해교육발전협의회, 학교 운영위원회 등이 인재스쿨은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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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경남신문 DB/

    ◆인재스쿨이란= 지난 2010년 창원·마산·진해 3개 시 통합 후 지역균형 발전이 강조되면서 마산, 창원에 비해 낙후된 진해지역 교육환경을 개선해 지역 간 학력격차를 줄이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2012년 만들어진 창원시의 교육경비 지원제도 중 하나다.

    진해지역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고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인한 학력우수 학생들의 타 지역 유출을 막겠다는 취지로, 진해 6개 고등학교에서 선발된 학생(1~3학년)들이 금·토요일에 거점학교인 진해고에 모여 외부 초빙 강사로부터 국어·영어·수학 수업을 듣는다. 강사비, 통학비, 기타 운영비 등으로 연간 4억5000만원씩 시비로 지원되고 있다.

    예산집행 및 인재스쿨 운영은 진해지역 6개 학교장협의회가 회의를 통해 결정하며 서울지역 A학원이 학생 선발부터 수업, 평가 등을 전담한다.

    창원시가 인재스쿨 확대를 위해 창원, 마산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참여 학교를 공모한 결과 지난 2016년 9월부터 성민여고를 거점학교로 하고 옛 창원지역 내 14개 학교가 참여하는 창원 인재스쿨도 운영되고 있다. 당시 마산에는 신청 학교가 없었다.

    문제는 시비를 들여 공교육을 강화하는 사업이 아니라 외부 학원강사를 초빙해 학교를 사교육화하고 있다는 점과, 인재스쿨 선발 기준이 성적순이고 이로 인해 참여학생 60~70%가 거점학교 재학생이라는 점이 제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2017년 학교별 인재스쿨 참여학생 비율을 보면 진해의 경우 모집인원 153명 중 진해고 104명, 진해여고 17명, 진해용원고 13명, 웅천고 9명, 진해중앙고 3명, 진해세화여고 7명이다. 창원지역의 경우 2017년 모집인원 150명 중 성민여고 76명, 경상고 17명, 용호고·문성고 각 14명, 창원여고 9명, 중앙여고 5명, 토월고 2명, 대암고·창원고·봉림고 각 1명이다.

    진해의 경우 진해중앙고 등 3개 학교는 인문계로 전환된 지 5~8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특수성이 있다.

    ◆“인재스쿨은 특정학교에 대한 사교육비 지원”= 지난 9월 정례회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최영희 시의원(정의당·비례)은 성적 위주로 인재스쿨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타 학교에 비해 학력 수준이 높은 거점학교 학생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인재스쿨에 참여하는 타 학교와 지역내 타 학교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인재스쿨이라는 공모사업을 통해 특정학교에 특혜를 주기보다는 인재스쿨을 폐지하고 운영비 예산을 창원시내 47개 학교 전체에 보충수업 강사비, 대입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 강사비 등으로 고루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적 위주 선발로 진해·창원 인재스쿨 모두 거점학교 학생 비율이 60~70%이고 이것은 한 학교에 과외비를 몰아준 것과 다름 없다”면서 “게다가 인재스쿨에 들어가는 상위그룹은 옛 창원지역에서 넘어간 상위 12% 학생이니 진해 아이들의 타 지역 유출을 막았다는 것은 지역민을 속이는 말이다”고 말했다.

    또한 “거점학교 위주로 과외비를 지원하고 교육경비를 지원하는 것은 같은 시험을 보는 학생, 지원을 못받는 학생들과 엄청난 차별이다”며 “시는 공교육을 지원해야 하며 학력향상 공모사업을 공모가 아닌 실제 지원 방법으로 바꿔 각 학교별로 보충수업비, 자소서 수업 등을 확대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인재스쿨은 진해 교육환경 개선에 큰 역할”= 진해교육발전협의회·학교 운영위원회 관계자들은 인재스쿨이 지역 교육환경 개선이 크게 기여했다며 개선할 점이 있다면 고치면 되는 것이지 제도 폐지에는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해지역 학교 등에 따르면 인재스쿨의 효과로 지역학생들의 희망대학 진학률도 3~4배 가량 늘었고, 거점 국립대 이상 진학률은 7배가량 늘었다.

    거점학교인 진해고에 지원금이 집중된다는 지적에 대해 인재스쿨 학생 선발 방식 및 운영은 진해 6개 학교장협의회에서 결정되고 학원 선정은 입찰을 통해 진행되며 지원 예산 대부분은 시간당 10만원대 후반 정도인 수강료로 쓰인다고 반박했다.

    학생 선발은 매년 2월 학원이 진행하며 학교장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50%는 평가시험을 통해 성적순으로 뽑고 나머지 50%는 학교별 상황을 고려해 학교장의 추천으로 뽑는다.

    김종년 진해고 운영위원장은 “공부할 만한 좋은 학원도 없었던 과거 진해는 공부 잘 하는 중학생들이 다 마산, 창원으로 유출됐다”며 “인재스쿨은 진해와 마산, 창원지역 교육격차 차이를 좁히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고, 이를 통해 진해 학생들의 학력이 상승된 효과가 크다”고 제도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진해 학생들이 진해에서 공부해도 가고 싶은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상징성이 있는 것이다”며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개선하면 되지 효과를 부정하고 아예 제도를 없애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진해지역 학교 일각에서는 제도를 유지하되 성적 위주의 수능 대비에 맞추기만 할 게 아니라 수시과정에 대한 지도·교육 수요가 있는 만큼 프로그램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재스쿨 간담회서 무슨 말 오갔나=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29일 창원시와 진해교육발전협의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재스쿨 운영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시의원들은 인재스쿨을 폐지하거나 예산을 균등 분배해야 한다, 당초 취지에 맞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로 갈라져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최영희 의원은 “시가 교육경비 기준도 없이 지원해왔고, 인재스쿨로 인해 공교육을 사교육화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며 “지원을 하려면 47개 학교 학부모 전체에게 의견을 물으라”고 했다.

    주철우 의원은 “인재스쿨이 추구하는 명문고·명문대는 학력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인재의 재능을 발굴, 지원하는 게 아니라 학력향상을 위해 과외하는 것이다”며 “학력으로 학교를 줄 세우기 하는데에 시비를 지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점득 의원은 “진정한 교육사업은 저학력인 아이들을 교육해 인재를 육성하는 것인데 인재스쿨은 성적순이라는 게 문제다”며 “시는 지원금을 축소하거나 없애 예산을 절감하자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재 육성을 위한 사업을 활성화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고 학교가 주도해 명문고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웅 의원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진해 인재스쿨에 결점이 있지만 왜 당시 진해고가 기숙사를 짓고 인재스쿨을 하고 했는지 봐야 한다”면서 “학력격차 해소 위한 사업이었고 8년간 성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제도의 맹점이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타 학교에서 오는 숫자가 적어진 것이고, 거점학교는 인재스쿨 운영을 위한 학교일 뿐 타 학교를 운영에서 배타했다거나 독점운영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며 “예산을 무조건 삭감할 게 아니라 운영 방법을 개선하고 문제를 완화할 방안을 찾는 게 옳다”고 말했다.

    한편 진해교육발전협의회 관계자 등은 이날 ‘진해 인재스쿨 육성 청원서’를 창원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에 제출했다.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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