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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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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경기 흐름의 촉과 감-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8-10-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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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

    최근 현대·기아자동차 등 3분기 자동차업계의 부진한 실적에다 증시마저 폭락했다. 실업, 건설투자, 수출 등이 내리막길에 접어들었고 국내외 기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2.5~2.7% 선으로 낮게 잡았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소비위축은 따라온다. 최근 한국은행이 분석한 자료에서도 지난해 국민처분가능소득 대비 최종소비지출 비중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이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가계소비 부진이 전체 소비 증가세를 짓누르며 평균소비성향을 끌어내린 것이다. 고령화, 내수·고용부진 탓에 소득이 불안해지면서 돈을 벌 수 있을 때 쓰지 말고 모아두어야 한다는 가계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소비의 위축은 가계소득·소비 증가, 기업투자·고용확대, 가계소득 증가라는 선순환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돼 악순환이 이뤄진다. 하지만 ‘소비가 미덕’이라는 경제적 이론이 맞다고 한들 서민들이 마음놓고 소비할 수는 없다. 일반인 대다수가 노후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고용마저 불안한 상황에 용기 있게 경제논리를 따를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한 번 경험한 우리로서는 심상찮게 돌아가는 경제적 분위기에 지갑을 닫고 있다. 저녁에 시내를 나가봐도 예전처럼 번화가의 거리나 상가 주변의 길에 사람들로 붐비지도 않는다. 그만큼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경기 흐름은 통계적이고 과학적인 지표보다 ‘촉’과 ‘감’으로 알 수 있다. 더욱이 외환위기를 한 번 겪은 상태라 촉은 더욱 예민해진다.

    촉과 감이 비과학적으로 엉뚱한 사람 잡을 수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촉과 감은 살아오면서 축적한 경험에서 나온다. 그래서 예전에 겪은 경험처럼 현재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과거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대처방안을 찾는 행동을 한다.

    그 대처방안이란 게 몸을 잔뜩 낮추고 움츠려 소비하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현상이 조금씩 벌어지면 경제상황이 무척 나빠질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아직 우리 경제는 그런대로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올해보다 내년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29일 코스피가 2000선이 붕괴돼 1996.05로 종료된 것을 볼 때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다. 20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6년 12월 7일(장중 저점 1987.26) 이후 2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주식시장의 폭락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당국이 경제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새로운 방향의 정책이 정착되는 과정이라 향후에 괜찮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단정하기에는 너무 한가하다. 한 번 나빠진 건강은 회복하기 힘들 듯이, 한 번 처박힌 경제는 다시 회복하기에는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는데, 입도 지갑도 닫히는 형국이 되면 너무 쓸쓸해진다. 당국이 경제에 정열을 쏟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전강준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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