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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53)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23

“그림이 좋은데 언제 것인가요?”

  • 기사입력 : 2018-11-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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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는 창고에 있는 사람들을 살폈다. 중년인도 폭력배로 보이는 몇몇 중국인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림이 좋은데 언제 것인가요?”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두 개는 소치(小峙)라는 낙관이 있고 하나는 백운(白雲)인데… 백운은 들어본 일이 없어서요.”

    “1910년대 북한에서 활동한 작가요. 서양화도 보겠소?”

    “예.”

    중년인이 다시 눈짓을 했다. 여자가 표구를 하지 않은 그림을 다시 책상 위에 펼쳤다.

    “음.”

    그림을 보던 전은희의 눈이 커졌다. 김진호도 그림을 보고 놀랐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인터넷을 통해 수없이 본 화가 박수근의 작품이었다. 우물가 여인들을 그렸다.

    박수근의 작품은 상당히 고가로 팔린다. 김진호는 인터넷으로만 그의 그림을 보았는데 모두가 특이했다. 위작이나 모작(模作)이라도 한 점 갖고 싶었다. 박수근의 작품 중에는 45억원에 경매가 이루어진 작품도 있다. 물론 모든 작품이 그 정도 가격이 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독특한 화풍 때문에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다른 서양화는 냇가에서 빨래하는 여자다.

    중년인이 다시 동양화 여러 개를 꺼내놓았다. 전은희가 그림을 세세하게 살폈다.

    김진호도 옆에서 그림을 살폈다. 병풍용의 여덟 폭 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평양성시도(平壤城市圖)다. 모란봉이니 을밀대니, 부벽루 같은 지명과 건물 이름이 한문으로 표기되어 있다.

    “우리는 진품 여부를 확인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림을 얼마에 파실 계획입니까?”

    “동양화가 여덟 점, 서양화가 두 점… 고서적이 또 두 점이오. 모두 열 두 점인데 1억2000만원이 어떻소?”

    중년인은 박수근의 작품 가치를 알고 있는 것일까. 모작이거나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진품이라고 확인해 주실 수 있습니까?”

    “솔직하게 진품 여부는 장담할 수 없소. 내가 구입할 때 진품이라고 말하여 산 작품이오.”

    전은희는 한참 동안 고민하는 시늉을 했다. 그녀는 박수근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이내 전은희가 결단을 내렸다.

    “제가 가지고 온 돈은 1억원뿐입니다. 나머지는 돌아가서 내일 입금시켜도 되겠습니까?”

    전은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1억원은 오늘 내겠소?”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소. 그렇게 하시오.”

    중년인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김진호는 전은희가 그림을 사겠다고 하자 약간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전은희가 가방에서 돈을 꺼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가방에 쏠렸다. 그녀는 돈뭉치를 모두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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