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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가장 행복한 선택- 서동욱(창녕중 교장)

  • 기사입력 : 2018-1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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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형색색 고운 빛깔 더한 늦가을이 우리 마을 산 언저리에도 닿아 있다.

    울긋불긋 나뭇잎마다 내 어릴 적 추억이 뚝뚝 묻어나 보여 동네 어귀를 지날 때마다 기분 좋은 웃음이 입가에 번진다. 요즘 나는 이 아름다운 가을을 내 어릴 적 추억이 가득 담긴 시골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맞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늘 건강하게 우리 곁에 오래오래 계실 거라고 믿었기에 한 달에 한두 번 들르는 것으로 효도를 하는 양 부모님께 다녀오곤 했었다. 그런데 세 해 전 갑작스럽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안 계신 지금은 자식으로서 깊은 회한이 남겨져 있다. 그때 좀 더 자주 뵀어야 했는데…. 그러나 이미 손에 잡히지 않는 어제가 돼버린 지 오래다.

    후회스런 시간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올해 3월 고향에 있는 창녕중학교로 부임하여 홀로 계신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고향 근무 이틀째 되던 날, 퇴근 후 어머니를 모시고 학교 구경을 시켜드렸다. 행여 학교에서 누굴 만나면 아들 체면에 누가 될까 봐 아껴뒀던 새 옷을 꺼내 입고 미장원에 들러 예쁘게 꽃단장을 하시고 따라나선 어머니의 모습은 내 어릴 적 학예대회에 학교를 찾으시던 봉숭아꽃 닮은 우리 엄마의 예전 모습과 너무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드리는 용돈은 고이 넣어두고, 위험하다 말려도 봄에는 고사리, 가을에는 도토리를 주워 용돈을 버셨다고 맛있는 고기반찬 준비하여 아들 숟가락에 올려주시며 뿌듯해하시는 내 어머니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해드릴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 살맛 나는 날들이다.

    퇴근 무렵이면 따뜻한 밥 지어놓고 구운 조기 식을까 조바심 내며 동네 앞을 지나는 자동차 한 대 한 대를 다 세시는 우리 어머니, 가시고기 사랑을 실천하시는 그 모습은 어제와 다를 바 없는데 어머니는 어느새 꼬부랑 할머니가 되셨다. 세월의 고랑을 돌아들며 내가 선택한 여러 가지 일들 중 가장 잘한 것이 무엇인지 나 자신에게 반문해보니 지금 이 순간이다. 차가움이 더해지는 늦가을과 긴긴 겨울날을 사랑하는 내 어머니와 그림 같은 어제를 도란도란 나누며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 벅차다.

    서동욱 (창녕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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