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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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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경남도의회, 야당의원 있나?- 허승도(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8-1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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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전, 1988년 11월 3일 국회 145호실. “오늘 개최되는 청문회는 향후 청문회 제도 정착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구시대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이룩하는 데 함께 노력하자”는 이기택 5공비리조사특위 위원장의 인사말로 헌정사상 첫 청문회가 시작됐다.

    TV 생중계로 진행된 이날 청문회를 시작으로 5공비리조사특위와 5·18광주민주화운동조사특위는 정국의 태풍으로 떠올랐다. 이 두 특위는 여소야대 정국 속에 야당의원의 활동공간을 넓혀주었다. 13대 국회 당시 야당의원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상수 전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이 공동전선을 형성, 비리를 폭로하면서 이슈를 제기하고 특위를 주도해 ‘청문회 스타’가 됐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1989년 12월 31일 열린 5공비리 및 광주항쟁 청문회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명패를 집어던지는 사건으로 국민들의 뇌리에 박혔다. 당시 청문회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이들 의원 주위엔 특종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기자들이 밤새 진을 치곤 했다.

    얼마 후 3당 통합으로 야당에서 여당이 된 경남의 모 의원이 당시 국회를 출입했던 기자에게 “국회의원은 야당을 해야 목소리에 힘이 있고 재미도 있다. 야당의원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야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며 야당의원의 역할과 중요성을 설명해 준 것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난 6·13지방선거를 통해 경남에서도 지방권력이 교체되고, 도의회에는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7년 만에 처음으로 여야가 각각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돼 지방정치가 제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야당의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기삿거리를 찾는 기자들도 이들 의원에게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시작된 경남도의회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야당인 한국당 의원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어 실망이 크다. 야당의원의 주무대가 돼야 하는 인사청문회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가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하나 더 얹어놓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한국당 의원의 활약상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5명 중 경남문예진흥원장, 경남발전연구원장, 신용보증재단이사장은 코드·보은인사로 볼 수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최소한 문재인 정부가 고위공직자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힌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병역기피,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됐는지 의심스럽다.

    6년 전 전국서 처음 시도된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장 인사검증과 비교해보면, 이번 청문회에서 야당의원이 얼마나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경남도의회가 거수기 의회라고 불릴 정도로 당시 여당이었던 한국당이 독점적으로 운영할 때 진행됐던 경남발전연구원장과 람사르재단 대표이사 인사검증에서 야당의원과 무소속의원 등 12명으로 구성된 ‘민주개혁연대’가 람사르재단 대표이사 내정자에 대해서는 부적합 의견서 채택을 이끌어냈다. 홍준표 전 지사가 도의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했지만 결국 그는 10일 만에 사퇴했다. 야당 성격의 민주개혁연대가 인사검증의 취지를 살려낸 결과였다. 현재 한국당은 21석으로 단독 교섭단체를 구성한 거대 야당이지만 과거 민주개혁연대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경남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검증과 비교해도 그렇다. 부산에서는 한국당의 불참으로 여당인 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된 인사검증특위에서 내정자 6명 중 2명을 엘시티 비리 연루자라는 이유로 부적격 판단을 내려 낙마시킨 것과 대비된다.

    인사청문회가 여야 정쟁의 장이 돼서는 안 되지만 이번 경남도의회 인사청문회 한국당 의원의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야당의원은 집행부가 그들을 의식할 수 있도록 야성을 키워야 한다.

    허승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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