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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창원에서 제약회사 만들기- 정태기(독립바이오제약㈜ 대표이사김해서울이비인후과 원장)

  • 기사입력 : 2018-1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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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0월, 의료독립이라는 기치 아래 독립바이오제약㈜을 설립한 지 5년이 흘렀다. 약의 처방과 조제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와 약사들이 주축이 되어, 먼 훗날 다국적 제약 기업으로부터 의약품의 독립을 염원하면서 거창하게 이름 붙였다. 그러나 호기와는 달리, 조선·기계·철강 산업이 주를 이루는 창원에서 바이오제약 업체를 설립한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닥친 문제는 공장 부지의 확보였다. 지역의 산업단지는 대부분 제약업종이 들어설 수 없게 되어 있어서, 바이오가 중심인 충북 진천, 충북 오송, 전남 화순, 경북 안동, 대구 달성 지역 등으로 공장부지를 찾아 나섰지만 거리상의 문제로 포기하던 차에 창원 가포 단지에 제약공장이 들어설 수 있다는 전갈이 왔다. 기쁨도 잠시, 턱없이 높은 부지 값에 또 한 번 좌절한다. 제약공장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시설들이 있기에 그것이 들어갈 만한 넓이의 부지가 필요하고, 처음 시작하는 기업에게는 그것은 엄청난 압박이었다. 계약금을 건 후 대출을 약속한 은행에서 그 당시 나왔던 제약기업의 전망이 어둡다는 보고서 한 장에 대출이 거절되고 2년의 허송세월을 보내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필자의 뜻에 공감한 주주들이 모여들면서 간신히 공장 건물을 올리게 되는데, 처음에 꿈꾸었던 멋진 현대식 3층 건물은 꿈속에서만 남아있게 되고, 겨우 식약처의 규정만 채운 초라한 단층 건물로 마무리되었다.

    건물 준공이 끝이 아니었다. 공장을 돌릴 인력을 뽑아야 하는데, 이곳에 바이오제약 기업이 없다 보니 수도권에서 모셔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자금이 모자라 뽑아 놓았던 직원들을 내보내야 하는 아픔도 있었고, 제약업에는 경험이 없어서 시행 착오로 들어간 비용도 만만찮았다. 또한 지역의 허가 관청도 덩달아 신규 제약업 허가 경험이 적다 보니 시간이 지연되기 일쑤였고, 덕분에 경영자 입장에서는 숨이 턱턱 막히던 순간이 한둘이 아니었다.

    최근에 식약처의 마지막 실사 작업이 끝났고 간단한 보완지시 사항만 정리되면 공장시설에 대해서 KGMP 허가와 품목 허가가 나오게 된다.

    우리 제약회사는 애초부터 머릿속에 해외시장과 틈새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설립되었다. 가까운 장래에는 베트남의 파트너와 베트남에 제약 공장을 만들어, 동남아 진출의 발판을 삼으려 하고 있다. 아울러 네팔에 진출해 양질의 의약품을 제공하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치료제가 없고 조절만 가능한 천식, 알러지, COPD, 과민성 장염 등 점막 질환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기술을 도입해서 틈새 시장에서 블록버스터급 신약에 도전할 예정이다.

    인구의 고령화에 발맞춰 바이오제약 산업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데, 2024년경에는 기존의 주력산업이었던 반도체, 화학, 자동차 산업을 합친 시장보다 커진다고 OECD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또한 ‘포춘’지의 500대 기업 평균 수익률이 4~5%에 지나지 않은 반면, 바이오제약회사의 평균수익률은 20% 전후로 매우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1990~2000년대의 주력 산업이었던 반도체, 컴퓨터, 통신 산업 이후로 약 20년간 정체되어 있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셈인데, 바이오 헬스 산업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바이오와 IT를 접목하는 융합형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를 살려 나갈 것으로 짐작된다.

    정태기 (독립바이오제약㈜ 대표이사·김해서울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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