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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정의 그리고 형평성- 김주열(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

  • 기사입력 : 2018-1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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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대법원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무죄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앞으로 병역거부자가 주장하는 ‘양심의 진정성’에 대해 심사(증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였다.

    이는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방안을 마련해놓지 않은 병역법(제5조 제1항)은 ‘위헌’(헌법불합치)이라는 결정을 내린 후여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 -무죄라는 결과- 임에도 몇 가지 점에서는 매우 의외의 결과이기도 하다.

    우선,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심사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소명자료를 제시하면 검사는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不)존재를 증명할 수 있고”, “개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삶의 모습 전반을 살펴보는 식으로 인간 내면에 있는 양심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근대민주주의 국가에서 전통적으로 국가권력(특히 형벌권)의 행사를 자제해오던 개인의 생각·사상·종교·양심 등 인간 내면에 대해서, 이것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좋은 양심이든 나쁜 양심이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 놓게 된 것이다.

    이럴 경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양심’이 비단 양심적 병역거부의 경우에만 한정될 수는 없고 -‘양심’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논쟁뿐만 아니라, ‘법관의 양심에 따른 심판’, ‘선의와 악의’, ‘선량한 관리자’ 등 법률상의 ‘유사 양심’에 대해서도 대립되는 당사자 간에 공방이 오갈 수 있음- , 이를 확정짓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필연적인 귀결로 사생활 침해 논란에 빠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할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에 대한 국회의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는 현행법(병역법)을 계속 적용하기로 한” 결정을 초월하여, 대체복무와 관련하여 그 방법과 절차·기간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도 시작하기 전에, 개인의 내면(양심)만으로도 국가적 책임(병역)을 면할 수 있다고 판결함으로써, 개정될 운명이기는 하나 아직까지 유효한 현행 병역법을 확정적으로 무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 확보와 사회적 질서 유지’라는 대법원 본래의 사명과는 거리가 먼 판결이라는 비난에 휩싸일 가능성 역시 높다 할 것이다.

    즉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으로서 져야 할 병역의무로서 병역의 종류는 다양하지 못하여 ‘대체복무’에 대해 입법할 것을 권고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넘어서 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병역의 한 종류로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것이 있다는 새로운 입법을 한 셈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으로서의 평등과 형평성을 뛰어넘어서….

    오늘날의 법정신은 ‘자유(自由)와 정의(正義)와 형평(衡平)’을 그 골자로 합리적이고 조화로운 사회질서를 만드는 데 있다. 여기서의 자유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최소한의 것으로서 상대적이고 사회적일 것을 전제로 함은 당연하다 할 것이고, 정의의 개념 역시 다의적일 수 있으나 최소한 개인 간 평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평등’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함 -이것이 형평에 부합된다- 을 의미하는 것이 그 최소 개념이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으로서 져야 할 병역의무(= 같은 것)가 신체적·환경적·종교적 차이에 따른 대체복무(= 다른 것)에 대해 명확하게 법률상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이 과연 조화로운 사회질서에 이바지하는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김주열 (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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