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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8 창원 방문의 해’ 성과·과제 (3) 창원의 가을

사색·예술·맛…몸과 마음 채우는 色다른 가을

  • 기사입력 : 2018-11-1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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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을 반추하고 내면을 채우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창원으로 가볼까. 창원에는 문학가와 예술가의 흔적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어시장을 끼고 뿌리를 내려온 먹거리도 풍성하다. ‘2018 창원 방문의 해’를 맞아 1500만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내걸고 있는 창원의 가을 여행지를 알아보자.


    ◆머리 채우는 사색의 길= 사색에 잠기고 싶다면 길을 떠나자. 하늘에서 8마리 용이 내려와 앉았다는 팔용산을 추천한다. 이름부터 비범하지만 이곳이 진짜 유명한 이유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입구부터 크고 작은 돌탑이 서 있는데, 그 수가 무려 990기에 달한다. 1993년부터 주민 이삼용씨가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돌탑을 쌓았다. 이유야 어떻든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숱한 태풍과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수능이 가까워오고,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 한번 걸어보면 어떨까. 팔용산 돌탑길은 봉암수원지로 이어진다. 1928년 일제강점기 당시의 축조기술을 엿볼 수 있는 토목 등록문화재다. 길 양쪽으로 나무가 우거져 호수는 잔잔하고 고요하다. 오르막 없이 평탄해 마음도 덩달아 평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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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원의 흔적이 있는 마산 월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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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하기 좋은 창원 팔용산 돌탑길.

    체험형 종교테마길 ‘주기철 목사 성지순례길’도 유명하다. 주기철 목사(1897~1944)는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신념으로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저항한 순교자이자 항일 독립운동가다. 창원시는 주기철 목사의 흔적을 따라 62.5㎞의 성지순례길을 조성했다. 묵상하길, 헌신하길, 기억하길, 사랑하길 4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역사와 문화, 힐링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어 입소문을 타고 탐방객이 늘고 있다.

    창원과 인연이 깊은 또 한 명의 인물은 신라 말기 학자이자 문장가였던 고운 최치원 선생이다. 마산합포구 해운동 월영대는 그가 만년에 후학을 가르치며 유려한 경관에 취해 많은 시문을 남긴 곳으로 유명하다. 그가 이곳에 ‘별서’라는 집을 짓고 가족과 함께 살았다는 기록도 있다. 이외에도 창원에는 최치원 선생이 수도한 고운대, 영정을 봉안한 두곡선원 등 최치원 관련 유적이 8군데나 있다. 시는 인문관광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지난 2015년 ‘최치원의 길’을 조성했다. 마산합포구 무학산 만날재에서 시작해 해발 397m에 위치한 고운대에 이르는 길이다. 창원에서 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최치원의 생애와 사상, 업적과 발자취를 재발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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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소답동에 있는 조각가 김종영의 생가와 진해에 있는 시인 김달진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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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에 있는 시인 김달진 생가.


    ◆마음 채우는 예술의 향기= 지난 9월 4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열린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주제는 ‘불각(不刻)의 균형’이었다. 여기에는 창원 출신 조각가 문신(1923~1995)과 김종영(1915~1982)의 예술 철학이 담겨 있다.

    문신의 작품은 그가 생전 직접 건립한 문신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조각, 석고 원형, 유화, 채화, 드로잉, 유품, 공구 등 작품과 자료 39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좌우대칭의 추상 조각으로 대표된다.

    김종영은 한국 현대 추상조각의 선구자로 불린다. 깍되 깎지 않는다는 이른바 ‘불각’을 추구하며 재료의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그는 생전에 조각 300여 점, 드로잉 3000여 점, 서예작품 1000여 점을 남겼다.

    의창구 소답동에 김종영 생가가 있는데, 이 집은 김종영이 예술적 기질을 형성하는 바탕이 됐다. 또 이 집은 아동문학가 이원수에게도 영감을 줬는데, 그의 시 ‘고향의 봄’에 나오는 ‘울긋불긋 꽃대궐’이 바로 이곳이다. 이 시에 홍난파가 곡을 붙여 국민동요 ‘고향의 봄’이 탄생했다. 매년 김종영 선생의 탄생일인 6월 26일에 그의 생가에서 ‘꽃대궐 음악회’가 열린다.

    창원을 대표하는 문학가 김달진(1907~1989)의 생가와 문학관도 둘러볼 만하다. 시는 교사이자 시인으로 일생을 진해에서 살아온 그를 기리기 위해 지난 2005년 김달진 문학관을 개관하고, 생가와 연계해 관광지로 조성했다. 생가는 초가집과 청마루를 그대로 재현했고, 시인의 시에 많이 등장하는 열무꽃, 씬냉이, 우물, 태산목, 비파나무도 있다.

    이처럼 창원은 예술의 전 장르에 걸쳐 많은 인물을 배출한 예향이다. 문화관광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지역문화지수에서 전국 3위를 차지할 만큼 문화자산도 많다. 시대를 아우르는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마음을 채워보자.



    ◆허기 채우는 남해의 맛= 내면을 채우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먹거리다. 속이 든든해야 풍경도 더 아름다워 보이는 법. 창원에는 어느 지역보다도 먹거리 골목이 많다. 남해의 풍부한 어종과 이를 끼고 살아가는 서민들의 인생이 어우러진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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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 어시장.



    대표적인 음식이 마산 아구찜이다. 갯장어 식당을 하던 ‘혹부리 할머니’가 어부들이 가져온 아귀에 된장, 고추장, 마늘, 콩나물, 파 등을 섞어 쪄서 만든 것이 시초다. 그 전까지 너무 흔해서 식재료로 인정받지 못하던 아귀가 귀한 대접을 받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마산 아구찜은 찬바람에 꾸덕꾸덕 말린 건아구를 쓰는 것이 특징인데, 여기에 마산의 또 다른 특산품인 미더덕이 들어가 남해의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오동동 일대 ‘아구찜 거리’에는 수십개의 식당이 줄지어 있어 식도락 여행 1번지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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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 아구찜.

    도로 하나를 건너 지척에는 ‘복요리 거리’가 있다. 마산만은 낙동강물이 흘러드는 리아스식 해안으로 천혜의 복어 서식지였다. 1945년 일본에서 복어 요리법이 전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복어거리가 조성됐다. 참복에 콩나물, 미나리를 넣고 끓인 국은 단시간에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항구 노동자들과 시장 사람들에게 인기였다. 이후 회, 찜, 수육, 불고기, 튀김, 껍질무침, 맑은 탕, 매운탕 등 메뉴가 다양해지면서 복요리 거리는 술 한잔 거하게 마시고 싶은 저녁에도, 해장을 해야 하는 아침에도 붐비는 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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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 복요리 거리.

    선택장애가 있어 한 가지 메뉴를 고르지 못하겠다면 통술거리로 가자. 얼핏 들으면 술이 통에 담겨 나오나 생각하게 되지만, 안주가 한 상 통째로 나온다 해서 ‘통술’이라는 이름이 생긴 곳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차려지는 푸짐한 해산물 안주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안주가 계속 이어지니 따로 식사할 필요 없고, 2차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이게 다가 아니다. 마산어시장에서는 사계절 싱싱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고, 해안도로의 장어거리에서는 숯불 위 노릇노릇 익어가는 장어와 함께 마산항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허선도 창원시 관광문화국장은 “창원은 산업도시로 사계절 활력 넘치지만 도시 곳곳에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명소들이 많다”며 “낙엽과 함께 즐기기 좋은 창원의 여행지를 많이 찾아달라”고 말했다.

    조윤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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