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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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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계절 따라 피는 꽃- 서동욱(창녕중 교장)

  • 기사입력 : 2018-1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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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근무 중인 학교에는 계절을 품은 여섯 아이들이 있다. 따스한 봄날 나풀거리는 나비처럼 항상 흥겨운 친구, 활짝 핀 개나리꽃보다 미소가 어여쁜 친구, 뜨거운 여름 햇살의 열정을 가진 친구, 시도 때도 없이 노래하는 매미 닮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친구, 수줍어 단풍보다 더 얼굴 붉히는 친구, 추운 겨울 매서운 바람처럼 차가운 친구, 이들 모두가 내겐 특별한 개별화 교육실(특수학급) 친구들이다.

    개별화 교육실의 친구들을 처음 만나는 이들은 필요 이상의 동정과 측은히 여기는 눈길로 상처를 주곤 한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느리지만 꼼꼼하며, 주위를 더 크게 둘러보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능력을 가졌다. 타인이 볼 땐 유치해 보일지라도 자신에게 소중한 것은 지키려는 순수한 마음이 살아있다. 무조건적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닌데 이들을 그저 불쌍히 여기는 눈빛은 교만임을 알았다. 우리는 다를 뿐 틀린 것 하나 없으니 상처 주는 눈빛을 거둘 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연민의 눈동자는 겨울보다 시린 마음의 상처를 남길 수 있으니까.

    물론 봄을 품던 친구가 차가운 겨울 낯빛을 보이기도 하며, 겨울을 품던 친구가 가을밤 풀벌레의 노랫소리보다 더 고운 웃음소리를 들려주곤 한다. 열정이 과해 아주 폭발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꽃 피우기 전 꽃망울이 먼저이듯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있는 우리 아이들은 세상의 편견을 이기고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너와 나, 정을 나누며 사랑을 나누는 법을 익히고 학교에서 작은 사회를 경험하며 공동체 생활에 녹아들고자 노력 중이다.

    봄을 닮아 포근한 친구들이 마음이 얼어버린 친구를 녹여주고, 쉴 새 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즐겁게 해 주고, 차가움을 털어버리고 열정을 불태우는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품은 계절을 한껏 드러내며 밝은 내일을 그려 가고 있다. 하나의 계절 빛이 아닌 사계절의 매력을 품고 생활하길 바라며, 특별한 친구들의 아주 특별할 미래를 응원한다.

    서동욱 (창녕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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