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집권세력의 반대세력 탄압 및 감시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윤한홍(창원 마산회원구)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유사 외국 기구 운영 현황'을 검토한 결과,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와 싱가포르의 탐오(貪汚)조사국 등 공수처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해외기관은 정치인 및 고위관료 도청, 집권당에 비판적인 인사 탄압 등에 활용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염정공서는 무차별적인 사찰이 문제다. 지난 1993년 염정공서 전직 부국장은 홍콩 행정회의 전임의장 등 정부고위관료의 집 전화를 도청했다. 중국 반환 이후에 영국정부를 위해 정재계 인사 치부를 수집했다. 또 2000년께 정치인 전화 상시도청 의심 의혹이 제기됐다.

탐오조사국은 정부 비판인사 탄압과 기관 내부의 부패 문제가 있다. 탐오조사국은 집권당에 비판적이었던 싱가포르대학 법대교수를 성상납 혐의로 조사했다. 기관 부국장이 공금유용 및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적발된 경우도 있다.

이에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공수처 역시 정치인 도청, 정부 비판인사 탄압 등 집권세력의 악용 우려가 있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기관 내부부패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도입취지가 무색해지고, 공수처의 정당성과 신뢰성에도 금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의 염정공서와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 등은 영장 없이 압수수색 및 체포 가능하고, 공직자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부패사건까지 수사하고 있다.

윤 의원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수처도 향후 권한 및 수사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수처는 수사권 외 기소권까지 소유해 해외 유사기관보다 악용될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사 해외기관 보다 더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입법조사처의 자료를 통해 공수처 또한 집권세력에 악용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며 "공수처는 유사 해외기관과 달리 기소권도 갖고 있다는 점, 한번 설치된 공수처는 향후 언제든 수사범위와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시간에 쫓겨 서둘러 설치할 사안이 아니며 면밀한 검토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