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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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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연민·위로 담은 시인의 따뜻한 시선

민창홍 시인, 새 시집
‘캥거루 백을 멘 남자’ 펴내
연작시 15편 등 60편 수록

  • 기사입력 : 2018-1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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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연민의 눈길로 대상을 바라보는 민창홍 시인이 새 시집을 내놓았다.

    전작 ‘닭과 코스모스’에서 따뜻하지만 자유자재로 객관화된 탄탄한 시를 만들었던 민 시인은 한층 다채로운 글감을 모아 ‘캥거루 백(bag)을 멘 남자’를 펴냈다.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확보한 시인의 시 세계가 깊어졌다.

    책은 1부 ‘광야를 찾아서’, 2부 ‘숫자놀이’, 3부 ‘캥거루 백(bag)을 멘 남자’, ‘영락영배’ 등 4개 갈래에 60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책을 펴자마자 시집과 동명인 3부 ‘캥거루 백(bag)을 멘 남자’ 연작시가 눈길을 끈다. 15편의 이 연작시에는 시인의 삶이 묻어난다. 시인은 가정에서는 장손으로, 직장에서는 교감으로 삶을 일구어왔다. 시적 화자의 입을 빌려 여러모로 벽에 부딪히며 살아왔을 그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부자가 되기로 마음먹던 날/난 단숨에 부자가 되는 줄 알았다/바지 호주머니 출렁대는 동전들/오갈 데 없어 한 푼 두 푼 던져놓다가/돼지가 품 안으로 달려드는/엄청난 꿈에 부풀어 돼지를 한 마리 장만했다/돼지 등에 비수를 꽂으며 동전은 쌓이고/백 근쯤 나갈 무게는/온 동네 사람들이 먹고도 남을 것 같다/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던가/티끌은 모았으되 태산이 되지 못하는 돼지 앞에 나는 절망했다/결혼한 아들 전세금도 못 되는 돼지 -‘캥거루 백을 멘 남자-주머니’ 중 일부-

    부제인 ‘돼지저금통’과 더불어 ‘돼지’를 연상시켜 시를 이어 나간다. 시의 화자는 부자가 되기로 마음먹던 날 돼지저금통을 구입한다. 부자가 되는 꿈에 부풀어 돼지 등에 비수를 꽂으며 동전을 넣지만 태산이 되지 못한 저금통을 보며 돼지(저금통) 하나로 부자가 되려던 꿈을 욕심으로 해석해 낸다.

    권온 문학평론가는 시집 해설에서 “이 책에는 진보와 보수가 있고, 도시와 고향이 있다. 또한 현재와 과거가 있고, 현실과 환상이 있다. 민 시인의 시 세계의 핵심에는 대비의 기법이 위치하는데,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상반되는 요소들을 아우르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고 평했다.

    민창홍 시인은 계간 ‘시의 나라’와 ‘문학청춘’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금강을 꿈꾸며’ ‘닭과 코스모스’, 서사시집 ‘마산성요셉 성당’ 등을 펴냈다. 성지여고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경남문학 우수작품집상을 수상하고 2015 세종도서 나눔 우수도서에 뽑히기도 했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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