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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가짜뉴스·현상왜곡은 모두의 적(敵)-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8-1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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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부터 난데없이 미국의 한 연구소의 분석보고서 내용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미국의 한 언론이 이를 북한의 거대한 속임수·기만 등으로 보도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우선 연구소 보고서에 언급된 삭간몰 미사일 기지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우리 군 정보 당국도 파악하고 있는 곳이다.

    또 동 기지가 비핵화 협상의 중요한 축인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연관이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지금 핵·미사일 관련 북미간 협상이 진행 중이며 오히려 앞으로의 협상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기지 폐기문제를 미국과 합의하기도 전에 뒤통수를 쳤다느니 기만하고 있다고 하니 선후가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굳이 북한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뒤통수를 맞은 게 누군지 좀 더 명확히 살펴볼 일이다.

    지금은 매우 민감한 시점이다. 6·12 센토사 합의 이후 북미간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북미간 교착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여러 차례 중재에 나서 북미간 초기 조치의 연결점을 찾기도 했다. 9·19 남북정상선언에서의 비핵화 관련 합의가 그러한 것이다. 막상 초기 조치로 들어가려니 북한과 미국은 상대방의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여전히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를 비핵화 및 제재 해제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며, 북한은 핵동결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국면이다. 얼마 전 개최하기로 한 북미 고위급 대화의 연기도 명목상의 이유야 어찌하였건 양측의 입장 차이가 명백히 좁혀진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으며,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차 정상회담 준비는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내년 초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비관적이나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지난한 협상의 과정에서 경계할 점은 상황의 변화와 뜬금없는 악재다. 미국 중간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를 차지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입지에 변화 가능성이 생겼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북미 협상의 운전자를 자처하고 북한문제 당사자인 우리도 미국 의회 및 조야에 퍼지고 있는 북핵해결 무용론에 대해 많은 설명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보다 정말 경계할 것은 이러한 상황의 변화에 편승한 근거 없는 기사들과 어떤 의도가 내포된 주장들이다. 의도를 내포한 주장들은 사안을 왜곡시키고 불신을 조장하고 문제해결을 지연시킨다.

    20년 전으로 되돌아 가보자. 북미 제네바 합의가 체결된 이후 1998년 8월 미국 언론은 갑자기 북한이 몰래 핵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인근의 평북 금창리에 핵시설을 운용하고 있다는 이른바 ‘금창리 핵의혹’이 그것이다. 북한은 이를 부인했지만 미국은 사찰단을 꾸려 금창리를 방문했다.

    그러나 사찰단은 텅 빈 동굴만 발견했을 뿐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북미간 불신은 더욱 커졌고 제네바 합의 이행은 늦춰졌다. 뒤늦게 페리 프로세스로 북미 수교협상이 진행됐지만 1~2년간 소비한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00여년 전 우리 역사를 살펴보자. 정유재란 당시 조선의 조정은 일본에서 흘린 허위정보를 신뢰해 이순신에게 출병명령을 내렸다.

    거짓정보라고 판단한 이순신은 출병하지 않았다. 일본군은 당시 조정 내에 만연한 당파싸움을 이용해 이순신을 모함해 체포케 만들었다. 이후 등장한 원균은 칠천량 전투에서 왜군에게 처참히 패했다. 민감한 시기에서 어떤 사안 하나가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음은 여러 역사적 사건이 증명한다.

    지금 한반도는 현상유지 세력과 현상 타파 세력 간의 거대한 기싸움이 충돌하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70년 분단구조에 우리의 삶과 미래를 맞춰놓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우리의 삶의 양식을 바꾸려 할 때 그것이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지도 잘 살펴보지도 않고 거부하고 경계를 한다. 이는 미국도, 주변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상을 타파하는 것은 늘 어렵고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그러한 고통을 왜곡하고 조장하면서 현상을 유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계속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는 영속적으로 분단구조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가짜뉴스·현상왜곡은 모두의 적이다.

    양 무 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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