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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소가 웃다-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8-1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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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하려 깊은 신앙심으로 교도소에 찾아간 신애(전도연 분). 너무나 평온한 얼굴의 살인범이 “자신은 이미 신의 구원을 얻었다”고 태연히 말한다. 살인범이 정작 피해 가족에게는 미안함은 없고, 교도소에서 종교로 죄를 사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한다. 아무도 용서하지 않았는데, 종교를 둘러대는 그 뻔뻔함의 모순을 영화에서 그려낸다. 자식을 잃은 아픔을 열연한 전도연은 이 영화로 제60회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다. 영화 ‘밀양(시크릿 선샤인)’이다.

    ▼신을 둘러댄 비슷한 내용. 인천의 모 교회의 목사가 여성 신자들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하나님한테 이미 용서받았다”는 말을 했다고 피해자가 라디오 방송에서 주장했다. 당시 전도사였던 목사는 교회에 온 여성 청소년에게 접근해 스킨십과 성관계를 요구했는데 자그만치 26명이었다. 우위에 있는 그가 하나님을 둘러대며 요구했으면 청소년들이 쉽게 반항하지 못했을 것이다.

    ▼신을 둘러댄 것 중 압권이 있다. 교회 여신도가 낳은 아이 유전자가 99.99% 담임목사와 일치함에도 그 증거를 모면하기 위해 “기도해서 생긴 아이”라며 “그것은 기적”이라며 모든 책임을 하나님께 떠넘겼다. 공중파를 탄 그 내용은 그 남편과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게 했다. 옛날 자식 없는 여인들이 절에 가서 치성을 들여 자식을 낳았다는 이야기는 있다. 남자가 불임이었다면 그런 척 넘어가 살 수도 있지만 뻔한 거짓말을 하면 사태가 심각하다.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남을 팔아 위기를 모면하려 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특히나 목사 등 그 분야의 지도자들이 여러 형태의 옳지 못한 일을 저질러 놓고 ‘하나님’, ‘신’ 등등을 붙이며 모면하려는 것은 추잡하기 그지없다. ‘지나가는 소가 웃는다’라는 말이 있다. 소가 웃을 정도로 ‘하나님’을 판다면 그 변명은 영 엉뚱한 것이다. 이런 몇몇의 사람들로 사람이, 종교가, 사회가 멍들고 있다. 사회의 한 단면이라 할지 모르지만 그 이름값이 아깝다. 일탈을 일삼는 종교지도자가 많다하니 하는 말이다.

    전강준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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