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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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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준씨 시신 발견된 곳 격렬한 대치상황 있었다”

부마항쟁 ‘유치준 사망’ 새 증언들
“진압대 100여명과 첫 투석전 벌여”
당시 시위대 합류 박홍기씨 주장

  • 기사입력 : 2018-1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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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마항쟁 당시 숨진 고 유치준씨 사건에 대한 새로운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유씨의 사망이 항쟁과 관련 없다고 잠정 결론 내린 정부 첫 ‘진상조사보고서’의 수정·보완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6일 경남지역 언론사 취재진과 만난 박홍기 임진란 정신문화선양회 경남지회장은 부마민주항쟁 당시인 1979년 10월 18일 오후 8시 30분께 시위대는 유씨의 시신이 발견된 마산시 산호동 새한자동차 영업소(현 용마동창회관) 앞 도로변 인근의 한강주유소(현 SK한강주유소) 앞 사거리에서 약 100명 규모의 훈련된 ‘무술경관’으로 추정되는 진압경찰들과 공방을 벌이며 대치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6시 40분께부터 마산시 남성동 불종거리에서 시위대에 합류한 박 지회장은 가야백화점(현 마산자유무역지역 정문 인근)~새한자동차~한강주유소~공화당사(산호동 용마맨션)~양덕파출소까지 이동한 뒤 왔던 길을 되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는 “몽둥이를 들고 있는 진압대를 피해 산호파출소 방면으로 피신했다. 일부 시위대는 가야백화점 방면으로 이동했고 그들을 경찰이 추격했다”며 “나는 이곳에서 시위 중 처음으로 투석전을 벌였다”고 말했다.

    올 초 부실조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 진상조사보고서(초안)에는 해당 위치에 경찰이 배치되고, 시위대와 진압대 간의 격렬한 대치상황이 발생했다는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는다. 당시 한강주유소 인근인 공화당사가 시위대의 습격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고 당시 마산경찰서장이 직접 현장에 출동했지만 시위대는 이미 떠나고 없었고, 공화당사로부터 400~500m 떨어진 산호파출소와 양덕파출소가 시민들의 공세를 받으면서 경찰과 대치했다는 내용이 서술돼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한 증언은 당시 한강주유소 앞에 투입됐던 경찰에게서도 나왔다. 허진수 부마항쟁 진상규명위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당시 한강주유소 앞에 진을 치고 있던 경찰을 만나 증언을 확보했다”며 “무술경관이었는지는 단정 지을 수 없지만, 1시간가량 격렬하게 돌도 던지고 공방전을 벌였다고 했다. 유씨가 사망한 장소에 격렬한 시위가 없었다는 그간 조사내용과 배치되는 증언이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당시 경찰이 항쟁 당시 마산수출자유지역(현 마산자유무역지역) 후문 인근 옛 경남모직 공사장 노동자로 일하고 있던 유씨의 퇴근 뒤 행적을 조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경남매일(현 경남신문) 사회부 기자였던 성재효 주남요양센터 이사장은 16일 창원에서 국무총리 소속 부마항쟁 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 조사관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당시 경찰이 유씨가 술을 마신 포장마차 여주인을 만나는 등 행적을 조사했다. 경찰이 단순 변사로 결론내린 뒤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한 줄 알았지만, 유씨의 시신이 가매장되고 한참 지난 뒤 유족에게 돌아온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떠오르면서 4·19혁명이 터졌던 당시를 보면 경찰이 (이와 비슷한 상황을) 우려해 진실을 숨겼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당시 항쟁 상황을 정리해 진상규명위에 곧 제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는 진상조사보고서에 유씨와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기록된 경찰들의 진술과 배치되는 증언이다. 또한 유씨가 오후 5~6시께 퇴근한 뒤 시위로 버스가 끊기는 바람에 도보로 귀가하면서 사망 장소에 도착했을 당시 이곳에서 경찰 진압이 없어 진압에 의해 사망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진상규명위의 잠정 결론과도 배치된다.

    진상규명위 조사관들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유씨의 사망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마산을 찾아 박 지회장, 정성기 경남대 경제학과 교수, 그리고 유성국씨 등 유족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유씨 사건 조사차 방문했다. 조사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자세히 밝히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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