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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거가대교 통행료- 이학수(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8-1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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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12월 개통한 거가대교는 대한민국 도로건설사에 진기록을 남겼다. 해저침매터널은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에서 가장 수심이 깊은 곳에 건설됐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 장목을 잇는 길이 8.2㎞, 왕복 4차선의 거가대교는 공사기간 6년, 공사비 1조4469억원의 대역사였다. 부산에서 거제까지 통행거리가 140㎞에서 60㎞로 단축되고, 통행시간도 2시간 10분에서 50분으로 줄었다.

    ▼거가대교를 만드는 데 민간자본이 거의 1조원이나 들어가면서 통행료 또한 만만찮다. 승용차 편도 1만원, 왕복 2만원으로 부산-서울 고속도로 통행료 2만800원과 비교하면 ㎞당 21.8배 비싸다. 민자 고속도로 중 가장 비싸다는 인천대교의 통행료 5500원과 비교해도 ㎞당 4.7배가 비싸다. 3종 대형차는 2만5000원으로 부산-서울 고속도로 2만2000원보다 3000원이나 많다.

    ▼본래 통행료는 공공재인 도로의 적정한 활용을 위해 도입됐다. 많은 사람이 도로를 이용할수록 도로가 막혀 불편하게 된다. 통행료를 부과하면 개인 비용이 증가해 도로 이용자의 수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생물학자 개릿 하딘(Garrett Hardin)은 마을의 초지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 들면서 소떼를 마구 풀어놓게 되면 결국 초지가 없어져 소를 키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행료는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수단이다.

    ▼하지만 통행료도 지나치면 역기능을 초래한다. 13세기 로마 황제의 권위가 약해지자 지방 영주들이 너도나도 라인강에 요새를 지어 통행료를 받았다. 많은 영주들이 통행료를 걷자 상인들이 라인강 이용을 포기하면서 결국 무역이 쇠퇴했다. 거가대교의 통행료가 너무 비싸면 관광객 유치나 화물 운송에 악영향을 미친다. 통행료가 없으면 도로 혼잡으로 공유지의 비극이 생길 수 있다. 재정 혜택을 덜 받은 지역민들은 나쁜 행정의 전형이라 한다. 이용자 부담을 줄이면서 도로 기능을 살리는 묘책이 필요하다.

    이학수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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