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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파카(Parka)- 이문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8-1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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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린 바람에 나뭇가지가 하루가 다르게 앙상하게 변하고 있다. 오가는 사람들도 잔뜩 웅크린 채 종종걸음이다. 좀 이르다 싶었는데, 벌써 파카가 등장했다. 파카라 해도 눈사람처럼 두툼한 옷이 아니라, 아직은 얇은 경량 패딩이다. 지난해 시끌벅쩍하게 유행했던 롱패딩도 가끔 눈에 띈다. 주말부터 경남지역도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본격 겨울에 들어선다고 한다.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길거리는 보기만 해도 따뜻한 파카가 넘쳐날 것이다.

    ▼파카(Parka)는 에스키모인이 입던 방한복이다. 러시아 북쪽에 거주하는 네네츠인(Nenets) 언어로 ‘동물 가죽’이란 뜻이라고 한다. 그 뜻 그대로 ‘파카’는 동물 가죽으로 만든 방한 외투였다. 이들은 순록이나 바다표범 가죽으로 파카를 만들었다. 털을 뽑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보온력을 높였다. 또 털을 안쪽으로 향하게 한 후드 모자도 달았다.

    ▼에스키모인의 파카는 미군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다. 미군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동계전투에 필요한 방한복 개발에 나섰다. 미 육군은 에스키모인들의 파카를 참고해 보급용 방한 외투 개발을 했는데, 보온성과 활동성, 경제성을 고루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1948년 양산이 가능한 M-48 모델이 나왔고, 1951년 야전에 보급이 가능한 M-51이 탄생했다. M-51은 ‘피시테일(Fishtail)’이란 애칭이 있었는데, 옷의 뒤춤이 물고기 꼬리처럼 둘로 갈라져 길게 내려오게 했기 때문이다.

    ▼미군은 1951년에 M-51 파카를 야전에 시험 보급했다. 그 데뷔 무대가 6·25전쟁이었다. 당시의 파카는 면과 울을 촘촘히 짜 방수·방풍 효과를 내도록 했고, 후드에는 짐승의 털을 달아 보온성을 높였다. 비록 완벽한 제품은 아니었지만, 미군들이 혹독한 한국의 겨울을 버티는 데 구세주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올겨울도 튼실한 파카 하나면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행복 속에 간간이 파카에 담긴 얘기도 떠올려 보길 바란다.

    이문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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