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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4) 묵비사염(墨悲絲染) -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묵자(墨子)가 실이 물드는 것을 슬퍼하였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8-1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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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공평하게 사랑해야 한다는 겸애설(兼愛說)을 주장한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사상가 묵자(墨子)가 어느 날 염색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의 집을 방문하였다. 염색하는 것을 보니, 흰 실을 푸른 물감을 푼 독에 넣었다 건져내니 푸른 실이 되었다. 잠시 뒤 노란 물감을 푼 독에 넣었다 건져내니 노란 실이 되었다.

    묵자가 이를 보고서 깨달았다. “물감에 따라 실이 달라지니 신중히 하지 않을 수가 없겠네. 실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사람은 더 그렇겠네. 훌륭한 임금은 훌륭한 신하의 보필을 받아 그런 것이고, 못된 폭군은 간악한 신하들이 오도하여 그렇구나.”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혼자 살 수가 없고,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영향을 받는다.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나 가장 많이,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 부모다. 로마의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부모의 삶은 아이들이 읽는 최초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책이다”라고 말했다. 부모가 자식의 가장 중요한 스승이다.

    부모 다음으로 만나는 사람이 아마도 유치원 교사일 것이다. 흔히 대학교수는 중요하고, 유치원 교사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유치원 교사는 대단히 중요하다. 마치 하얀 실에 파란 물을 들이면 파란 실이 되고, 노랑 물을 들이면 노랑 실이 되는 것과 같다.

    옛날 송나라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왕안석(王安石)이 자기 어린 아들 교육시킬 스승을 구하면서 대단히 까다로운 조건으로 골랐다. 아는 사람들이 “어린애 가르칠 것인데, 아무나하면 되지 왜 그렇게 까탈을 부리시오?”라고 나무랐다. 그러자 왕안석은 “교육은 첫 단계가 중요하다. 머리에 처음 들어간 것이 주체가 된다.[先入爲主]. 맨 처음 가르치는 선생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배우는 사람이 달라진다”라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어릴 때 들은 이야기는 자기가 직접 그 현장에 있은 것처럼 생생하다. 그 다음 중요한 스승이 초등학교 교사다. 인격 형성에 여전히 크게 영향을 미친다.

    사실 대학에서는 전공 지식 위주의 교육이기 때문에 교수가 학생의 인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어렵지만 어떤 단계의 학교를 막론하고 교육자는 자신의 언행을 바르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에서는 교육자의 양성과정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주변에 바른 사람을 두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실패한 폭군들을 보면 뛰어난 자질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았다. 주변에 간사한 아첨꾼이 아닌 훌륭한 신하를 두었더라면 크게 성공할 사람들이었다.

    어떤 사람 곁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 주변 여건을 신중히 조성하거나 선택하지 않아서는 안된다.

    *墨: 먹 묵. *悲 슬플 비.

    *絲: 실 사. *染 물들 염.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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