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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알아두면 쓸모있는 신춘문예 잡학사전

참신한 주제, 패기있는 글로 도전하라

  • 기사입력 : 2018-1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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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이맘때가 되면 신문사 문학담당 기자의 전화는 불이 난다. 신춘문예 ‘열병’을 앓는 이들로부터 걸려온 문의가 많아서다. 문학이 배고픈 예술이고 출판시장이 줄어들었다지만 신춘문예는 지금도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신춘문예만 바라보고 일 년 내내 모니터 앞에서 글을 써 내려간 될성부른 ‘문학 떡잎’들을 위해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모 있는 신춘문예 잡학사전)을 준비했다. 신춘문예의 역사부터 최근 경향, 심사 주안점 등을 소개한다.

    ▲신춘문예 역사= 신춘문예는 신문사가 매년 연말에 상금을 내걸고 시, 소설, 평론, 희곡, 동화 등 문학작품을 공모해 신년 벽두에 당선작을 발표하는 일종의 문예작품 경연대회를 말한다. 신인작가 발굴이 주목적으로 그 역사는 19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회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우리나라 신춘문예 제도의 시초로 보는데, ‘임꺽정’으로 유명한 홍명희 당시 편집국장 겸 학예부장이 주도했다. 당시 소설과 신시, 동화극 부문을 선정했다. 이후 1928년 조선일보가 유사한 방식으로 실시해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1930년대 유력 신문사들이 잇따라 신춘문예를 제정하며 신인 문학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춘문예 출신 가운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작가들이 즐비하다. 김동리, 이문열, 이창동, 김유정, 최인호, 황석영, 서정주, 안도현, 기형도, 은희경, 전경린, 이제니, 한강 등이 모두 신춘문예로 문단에 발을 내디뎠다. 신춘문예를 시행하는 언론사는 대략 20여 개로 올해 1월 초 기준 전국 25개 신문사에서 총 105명의 신춘문예 당선자들을 지면에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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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신문에 응모된 신춘문예 원고들. /경남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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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이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 /경남신문DB/

    ▲등단하려면= 문학작가는 ‘국가공인자격증’이 필요한 직업이 아니다. 그러나 등단 경로를 많이 따지는 한국문단에서 작가로 살아가려면 어떤 절차로 문학인이 됐는지는 꽤 중요한 이력이 된다. 등단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신춘문예 당선 또는 문학출판사 자체적 신인상에 뽑히거나 문예지에 글을 투고해 발탁되는 방법, 추천제로 등단하는 ‘천료’ 등이 있다.

    신춘문예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폭넓은 대중성을 갖췄다면 출판사 신인상은 ‘경향’이 중요하다. 신문사는 모든 독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지만 창비, 문학동네 등 출판사는 자신들의 특성과 성향에 맞는 작품을 낙점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영하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 소설가는 19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냈다가 최종심에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그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작품 전반부에 성애가 너무 진해 새해 첫날에 도저히 지면에 내보낼 수 없다며 다른 작품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이후 그해 봄 비평지 ‘리뷰’에 같은 작품을 보내 등단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본지 신춘문예 소설 심사를 맡은 김은정 경남대 교수는 “신춘문예는 신문에 실리기 때문에 실험적인 문학 감수성과 단어들을 드러내는 작품보다는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보편적인 작품이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말했다.

    ▲‘등단 장사’ 횡행= 최근엔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는 작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일부 군소 문예지는 매달 신인상을 뽑기도 한다.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공모전을 연 뒤 지원자들에게 당선과 등단을 미끼로 평생 구독이나 책 구입비를 강요하는 행위를 일컫는 일명 ‘등단 장사’가 횡행하기 때문이다. A 작가는 “문단 내에서 몇 해 전부터 문예지에서 등단을 하려면 등단지 구매 비용으로 얼마를 내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며 “마감일까지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 당선을 취소하겠다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신춘문예는 문청을 길러내는 것이 본연의 목적이므로 기성작가가 아닌 신진작가가 그 대상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문학잡지를 통해 등단했으나 이력을 고치고 싶어 신춘문예에 투고하는 ‘등단 세탁’을 하기도 한다. 이광석 시인은 “최근엔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등단 이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망생들이 많아 처음부터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다”며 “등단 장사를 통해 데뷔하는 이들이 활동하는 것을 제한할 수는 없지만 하향평준화를 막으려면 문단 내부에서 이런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자정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신춘문예 인기 비결= 주춤하던 신춘문예는 최근 다시 응모편수가 늘고 있다. 신춘문예는 등단과 동시에 상금까지 받을 수 있는 화려한 등단제라는 점에서 문학 지망생들의 관심이 높다.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20대 B씨는 “인맥, 학연이 없는 초짜신인들에게 신춘문예는 무턱대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고 말했다.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한 성선경 시인은 신춘문예의 가장 큰 장점을 ‘공정성’이라고 했다. 그는 “신춘문예는 익명성, 계파,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여전히 많은 문청들이 이 제도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중년들의 도전도 응모가 늘어난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문학소녀, 문학소년을 꿈꿨던 중년들이 잇따라 신춘문예에 문을 두드린다. 2018년 본지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유하문씨는 당선소감에서 “내 나이 올해 60, 시인의 꿈을 찾아 응모했는데 덜컥 당선 소식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싶어 오로지 신문사에만 투고했다며 꽤 오랜 ‘짝사랑’을 수줍게 고백했다.

    일부 문인들은 신춘문예는 명예가 있지만, 실리(實利)는 문학잡지 신인상에 있다고 한다. 신춘문예 당선자들은 새해 첫날 화려하게 데뷔하지만, 소속감이 없어 원고 청탁과 출판 기회가 적다는 뜻이다. 그러나 신춘문예 출신 성선경 시인은 다르게 해석했다. 성 시인은 “문학잡지는 그들만의 에콜을 형성해 출판사 색깔을 띤 글을 창작해야 하는데 신춘문예는 그런 것이 없어 자유롭다”며 “책 출간 때에도 신춘문예 출신이라는 점은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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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1월 15일에 열린 신춘문예 시상식. /경남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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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4월 옛 충무시청에서 경남신문 신춘문예 출신 문인들이 첫 모임을 가졌다./경남신문DB/

    ▲본지 신춘문예 역사= 본지는 지난 1960년 제호가 ‘마산일보’일 당시 그해 11월에 시, 단편소설, 라디오 드라마, 논문 등 4개 장르에 1만~3만환의 상금을 걸고 1961년 신춘문예를 처음 공모했다. 1960년 공채 1기 견습기자로 입사해 문화부 기자와 문화부장으로 꽤 오랜 시간 신춘문예를 맡은 이광석 전 주필이자 원로시인은 당시 지면이 타블로이드 2면에서 지금의 신문 판형 4면으로 확대되면서 처음으로 문화면이 신설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지역 문단의 활기를 불어넣을 역량 있는 신인을 찾았다. 명맥을 이어오던 본지 신춘문예는 신문사의 재정 악화로 잠시 중단됐다가 1987년 다시 부활했다. 부침은 있었지만 수많은 작가를 배출하며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경남신문은 한국아동문학계의 거장 이영호와 소설가 구경미, 시인 이정하 등 걸출한 문인들을 배출했다. 이 밖에도 하순희, 이림, 이상원, 조재영, 이서린, 김경, 이병승, 이숙남, 이광수, 김문주, 조화진, 고동주, 최미선, 유행두, 김이삭, 서성자, 김종영 작가 등도 활발하게 문학 열정을 꽃피우고 있다. 경남 문단을 이끄는 수장 역시 본지 신춘문예 출신이 많다. 경남문학관 서일옥(1990년 시조부문) 관장과 경남시조시인협회 김진희(1997년 시조부문) 회장, 경남아동문학회 최영인(1991년 동화부문) 회장 등도 본지 당선자들이다. 서일옥 시조시인은 “신춘문예 등단 자체가 문단 내 보증수표 같은 존재”라며 “어딜 가도 경남신문 신춘문예 출신이라는 이력이 있으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춘문예 당선 Tip= 경남신문은 다음 달 7일까지 ‘2019 신춘문예’ 작품을 공모하고 있다.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고 있을 문학 새싹들을 위해 본지 심사를 맡았던 문인들에게 신춘문예 심사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광석 시인은 “원고를 혈육과 같은 자부심으로 ‘완벽’에 가깝게 퇴고해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신춘문예는 ‘신문’이라는 매체가 공정성을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문학지망생이라면 가장 먼저 도전해봄 직하다고 격려했다.

    성선경 시인은 ‘참신함’이 중요하다고 했다. 성 시인은 “신인으로서의 패기를 보여주되 나만의 목소리, 생각을 참신하게 표현한 원고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은정 교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면 되레 주제가 모호해진다”며 “주제의식이 분명하고 심사위원과 독자들이 읽기에 작품을 정돈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지 출신 이서린 시인은 “각 신문사의 최근 당선작을 읽고 성향이 흡사한 매체를 골라 투고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그러나 맹목적인 당선을 위한 ‘신춘문예용’ 글은 지양해야 한다”며 “등단 후 처음 문예지에 게재되는 작품이 곧 진짜 실력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당선작 이후의 행보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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