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인재스쿨이 어때서…- 이학수(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8-11-21 07:00:00
  •   
  • 메인이미지


    창원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인재스쿨’이 논란이다. 인재스쿨은 특정 고등학교에 성적 우수 학생들을 따로 모아 서울 유명학원 강사가 과외를 하는 곳이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해오던 것이 새삼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많은 지자체에서 이런 방식의 과외를 하고 있다. 행정의 지원을 받아 유명강사를 데려와 밤 늦게까지 ‘확실하게’ 과외를 시켜주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시장군수가 득표에 도움이 될 이렇게 좋은 제도(?)를 놓칠 리 없다. 특히 군지역일수록 부족한 학원에 목말라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이만한 선물이 있겠는가.

    그런데 이 인재스쿨, 들여다볼수록 간단치가 않다. 정의당 최영희 창원시의원은 “상위권 대학에 많이 진학시켜 명문고 만드는 데 급급한 특정학교 위주의 사교육비 지원에 수십억원을 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백 번 맞는 말이다. 진해지역 한 고교 운영위원장은 “좋은 학원도 없었던 진해는 공부 잘하는 중학생들이 다 마산, 창원으로 유출됐다. 인재스쿨은 지역간 교육격차를 좁히고 진해 학생들의 학력이 상승된 효과가 크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민주당 진해지역 시의원도 제도 유지에 무게를 실었다. 논란이 일자 전교조 경남지부도 나섰다. 전교조는 “인재스쿨은 세금으로 사교육업체 배 불리는 행위일 뿐”이라며 “세금은 학습환경이 열악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도 맞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인재스쿨은 우리 교육 모순의 축소판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과도한 사교육비와 입시경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뿌리 깊은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을 들고 나왔지만 이 고질병을 고치지 못했다.

    최근 일반고 교장을 만났다. 의대를 지망하는 3학년 학생이 학교 교사보다 학원선생 얘기를 더 믿어 자괴감을 느낀단다. 어떤 사립고는 서울대 1명 보내면 담임교사에게 100만원의 인센티브를 준다고 한다. 공교육이 무너진 슬픈 현실이다.

    몇 년 전 도교육청을 출입할 때 고3 부장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입전략 연수 자리에서 차라리 듣지 말았어야 할 말을 들었다. 강사로 나온 수도권의 대입담당 교사는 자신의 학교는 서울대 1명 보내기 위해서 교사 4명이 학생을 케어한다고 했다. 학생이 지원하려는 서울대 해당 학과의 교수 논문까지 찾아내 맞춤식 지도를 한다나. 이러니 학생부를 못 믿겠다는 말이 나온다.

    평균 3.5년마다 바뀌는 교육제도, 건국 이래 20여 차례 교육개혁을 시도했지만 본질은 손을 못 댔다.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다. 지난 8월 내놓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교육 혁신방안, 과거로 회귀한 개악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주당 정권에 진보교육감의 득세, 반면 지리멸렬한 보수정당, 이 같은 조건 속에서 교육개혁 못하면 무책임하거나 무능한 것이다. 진보교육을 주장하는 진영도 그렇다. 대안으로 내놓은 입시폐지와 대학평준화, 과연 실현가능하기나 한 걸까. 언제쯤 그런 세상이 올까. 학부모는 이미 충분히, 많이 기다렸다. 인재스쿨에 다니는 학부모와 학생을 탓하지 말라. 그들은 죄가 없다. 학벌주의의 피해자일 뿐.

    사교육을 조장하는 시장군수, 이를 방조하는 도교육청을 비롯한 교육당국, 뒷북 치듯 성명서로 면책하려는 전교조,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학수 (사회2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