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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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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68)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38

‘임공은 시장이 너무 작다’

  • 기사입력 : 2018-1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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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는 2250년 전의 인물인 탁융에게 많은 관심이 갔다. 그는 제철업으로 사마천의 역사책에 이름이 오를 정도로 부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마천의 사기열전에는 탁융의 이름 대신 탁씨로만 기록되어 있다.

    탁융은 탁경환이 자신의 조상이라고 주장하는 탁씨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어찌 되었거나 탁융은 아내와 함께 수레를 끌고 임공을 향해 갔다.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나 보군.”

    “굳이 임공까지 갈 이유가 어디 있어? 임공에 도착하기도 전에 길에서 죽을 거야.”

    사람들은 한단에서 멀리 이주해가는 탁융을 비웃었다. 그러나 탁융은 사람들이 비웃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내와 함께 수레를 끌고 밀고 하여 임공에 이르렀다. 과연 임공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고장이었다.

    탁융은 움막집을 짓고 아내와 함께 땅을 개간하고 감자를 심어서 식량을 만들었다. 몇 년 동안 감자 농사를 짓자 그럭저럭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다.

    ‘농사를 지어서는 부를 축적할 수 없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탁융은 농사를 지으면서도 틈틈이 돈을 벌려는 생각을 했다. 농사만 지어가지고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가 없었다.

    ‘장사를 해야 할 텐데 무슨 장사를 하지?’

    탁융은 장사를 하기 위해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사람들로부터 임공의 야산에 철광석이 잔뜩 묻혀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임공이 야산으로 달려가자 산이 온통 철광석으로 뒤덮여 있었다.

    산이 온통 붉은 색이었다. 철광석이 산화작용으로 붉게 녹이 슨 것이다.

    ‘옳지 쇠를 녹여 기물(器物, 농기구, 솥, 그릇, 병기)을 만들자.’

    탁융은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기로 했다.

    임공에서는 아직도 철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탁융은 즉시 자신이 개간한 농지를 팔고 사람들을 사서 철광석을 녹여 농기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전국시대는 기원전이었다. 문명이 발달한 곳도 있었으나 철에 대한 것은 크게 발달해 있지 않았다. 그러나 한단에서 쇠를 녹이는 기술과 기물 등을 만드는 것을 눈여겨봐 두었던 탁융은 훌륭한 기물을 만들 수 있었다.

    탁융이 만든 기물은 순식간에 인근에 팔려 나가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임공의 인구는 한단에 비해 많지 않았다. 탁융이 많은 기물을 만들어도 소화시키지 못했다.

    ‘임공은 시장이 너무 작다.’

    탁융은 시장을 개척하기로 했다.

    “이제는 멀리 나가서 장사를 해야겠소.”

    탁융은 아내와 상의했다. 임공에서 기물을 만들어 파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어요?”

    “우리가 만든 기물을 먼 곳에 가서 팔아야 하오. 외지에 가서 팔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소.”

    탁융은 기물을 수레에 싣고 먼 지방에 가서 팔았다. 그의 기물은 잘 팔렸다. 탁융은 처음에는 수레 한 대로 기물을 운반했으나 다음에는 두 대, 그다음에는 네 대로 늘려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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