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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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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이스피싱 지급정지 거절한 기업은행

  • 기사입력 : 2018-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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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화를 통해 돈을 갈취하는 보이스피싱의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진화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금융기관의 미숙한 대처로 피해를 키운 사례는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창원에서 은행의 실수로 인해 막을 수 있었던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다. 모 중소기업대표는 최근 거래하던 바이어를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이메일을 받고 기업은행 계좌로 934만5000원을 물품결제 대금으로 송금한 후 전화통화 과정에서 사기당한 것을 직감하고 은행 콜센터에 지급정지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기업은행은 심지어 경찰의 지급정지 요청까지 묵살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번 사건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은행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피해를 키운 것이다. 피해자가 송금 당일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했을 때까지 빠져나간 금액은 390만원뿐이었다. 이후 경찰이 보이스피싱 범죄로 판단하고 은행에 팩스로 범죄계좌 등록에 따른 지급정지 요청 공문까지 보냈지만 11시간이 지나서야 지급정지를 하면서 피해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수사해오면서 경찰의 지급정지 요청을 거절한 금융기관은 처음이었다”고 밝힐 정도다. 돈이 빠져나간 시간을 보면 기업은행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골든타임을 두 번에 걸쳐 놓친 셈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 보이스피싱이 아닌 물품대금 사기나 해킹 건으로 판단돼 지급정지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물품대금 사기는 지급정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급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늘어나면서 피해액만 1796억원이나 된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피해자나 경찰의 지급정지 요청이 오면 즉시 계좌를 동결할 수 있도록 ‘금융사기 은행 지급정지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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