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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사다리 걷어차기- 이상권(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1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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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다리 걷어차기’란 말이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장하준 교수의 책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다. 선진국이 현재 지위를 독점하기 위해 자신들이 누렸던 무역보조금, 보호관세 등의 ‘사다리’를 개발도상국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걷어차는 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비단 국가 간 경제정책에만 한정된 사안은 아니다. 인간 사회의 여러 부면(部面)에서 사다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가진 자들은 자기들만의 철옹성에서 부와 권력을 향유하려 한다.

    ▼고려대 교수 출신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장하준 교수의 사촌 형이다. 장관, 교수 등이 즐비한 그야말로 대한민국 명문가 반열의 집안이다. 사촌 동생의 논리를 증명이라도 하듯 청와대 재직 중 사다리 걷어차기식 발언으로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서울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해 ‘나는 강남에 사는데 굳이 올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말해 서민들 가슴을 후벼팠다. 그는 93억여원의 재산을 신고한 재력가이기도 하다. 야당 발표에 따르면 장 전 실장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은 30억원에 달했다.

    ▼중산층도 노력하면 입신양명하던 시대는 저물었다. 소득 수준과 자녀의 성적 순위는 거의 일치한다. ‘흙수저’의 희망 사다리인 고시도 줄줄이 폐지됐다. 학벌과 무관하게 인생역전의 기회였던 사법고시는 사라졌다. 법조인 자격을 얻기 위한 로스쿨은 만만찮은 수업료부터 진입 장벽이다. 외무고시는 국립외교원을 통한 자체 양성 체제로 바뀌었다. 지난해 행정고시까지 없애자는 개편안이 여당에서 나왔다.

    ▼최근 국회 입법고시 폐지 가능성이 거론됐다. 국회의장 직속 국회혁신자문위원회가 공론화에 나설 것을 권고했단다. 뽑는 방식이 폐쇄적이어서 다양성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현실과 안 맞는다는 게 이유다. 그동안 공개채용을 거쳤는데 폐쇄적이라는 건 납득이 어렵다는 반발이 나왔다. 입법고시가 없어지면 정치권의 ‘낙하산’ 늘리기로 변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속해서 ‘계층상승의 사다리’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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