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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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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의 동선 효과

  • 기사입력 : 2018-1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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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성군 봉강리에 ‘명당’이라 불리는 정씨고택(전라남도 문화재자료 261호)이 있다. 주산(뒷산)인 일림산(664m)의 용맥(龍脈)은 ‘좌우요동’과 ‘상하기복’을 하면서 정씨고택까지 다다랐다. 대로(大路)에서 고택을 향해 뻗은 소로(小路)는 100여m 정도 직선으로 향하다가 돌연 좌측으로 돌아 고택으로 연결되므로 풍수적인 입지를 상당히 고려한 배치로 볼 수 있다. 주산의 맥(脈)은 제대로 고택에 안주했으며, 알맞은 높이의 안산(앞산)을 보도록 향(向)을 잡았다. 안산은 백호와 연결된 백호안산이며 물형(物形)은 잠두형(蠶頭形·실을 뽑는 누에머리 형상)인데, 누에가 실을 뽑는 것은 곧 재물을 상징하므로 ‘부자 터’임을 뜻한다. 우백호(우측산)는 고택을 감싸고 있어 유정함이 돋보였고 좌청룡(좌측산)은 ‘一’자형으로 유정함이 다소 반감되는 형상이다. 청룡과 백호는 혈(穴·고택)을 중심으로 환포(環抱·사방으로 둘러쌈)를 해야만 생기(生氣)가 쉽사리 빠져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라도 혈을 감싸고 있다면 길지(吉地)의 기본 요건은 갖췄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택은 수구(기운이 나가는 곳)를 보지 않으면서 산등성이의 연장선에 있으며 집 바로 뒤의 언덕에는 지기를 북돋우는 대나무를 식재했다. 집의 향(앞면)이 수구를 바로 보면 재산이 하루아침에 빠져나가므로 수구를 보는 것이 고택에서는 일종의 금기 사항으로 여기고 있다. 현대 주택에서도 ‘도로는 물이며, 물은 재물’이라 여겨 집의 앞면이 물이 빠져나가는 도로를 보면 흉하며, 물이 모인 곳은 땅의 기운과 활력을 높여 거주자의 건강과 재물을 가져다준다.

    정씨고택은 조선시대 양반가옥으로 뒤로는 일림산이 위치해 있고 앞으로는 득량만이 있어 산과 물이 어우러진 지기가 충만한 곳이다. 보성 봉강리는 영광정씨 세거지로 조선시대 중기에 입향했으며, 정씨고택은 임진왜란 때 국난을 잘 수습한 공로로 선무원종공신 1등 등에 책봉된 반곡 정경달 후손의 집이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집터의 형국은 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지은 결지(訣誌·비법을 적은 글)에 장흥읍을 중심으로 하여 동쪽 약 40리 지점에 영구하해(靈龜下海)라는 곳으로 되어 있으며, 집터가 거북이 머리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길지라고 기록되어 있다. 실제 자연의 지세를 최대한 살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도면상의 도식적인 배치 원칙을 따르기보다는 효율적인 동선의 배치를 우선시했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우측(시계방향)으로 사랑채를 들어가는데, 이는 좌측(반시계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에 비해 시야 확보를 더 많이 할 수 있으며 동선도 자연스럽다. 사랑채에서 안채로 들어갈 때도 동일한 동선의 흐름이다. 시계방향은 넓은 시야와 공간을 확보하거나 신체 리듬에 맞는 동선 확보에 용이하며, 반시계방향은 전시관을 둘러보거나 집중할 수 있는 공간 등의 확보에 유리한 동선이다. 안채와 사랑채, 부속채가 담장으로 확실히 구분지어 있으며 집의 외부 담장 또한 튼실하게 세워져 있어 흉풍과 살기(殺氣)를 단단히 차단시켰다. 안채로 들어가는 중문을 열었을 때, 바깥마당에서 바람이 바로 치는 것을 막고 안채를 볼 수 없도록 중간벽을 안채마당 입구에 별도로 설치했는데, 현재 거주하는 후손이 만든 것으로 보였다. 중간에 설치한 벽은 현대에는 주택, 점포, 공장 등에 흉풍과 살기를 차폐시키는 비보풍수(裨補風水)의 일환으로 건강한 삶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허나 뒷산의 계곡에서 끌어들인 물로 연못을 조성한 것은 정취를 느낄 수는 있지만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았다. 왜냐면 고택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습기가 많은 곳이면서 연못 조성을 위해 쌓은 돌들이 냉기를 내뿜기 때문이다. 이런 곳은 사주(四柱)에 화(火)가 많으면서 목(木)이 중중하거나 수(水)가 없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다스려 화를 가라앉게 하고 끈기를 북돋우지만, 금(金)과 수(水)가 많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쉽다. 보성군 오봉리에 있는 이용욱 가옥(중요민속자료 제159호)은 솟을대문과 도로 사이에 연못을 조성하고 나무를 심어 흉풍과 살기를 막아 비보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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