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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 관직공기(官職公器) - 벼슬 자리는 공공의 기구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8-1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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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왕조(朝鮮王朝)를 세운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가 임금 노릇한 지 2년쯤 됐을 때 대사헌(大司憲) 박경(朴經)이 이런 상소를 했다. ‘벼슬 자리는 공공의 기구입니다. 먼저 그 사람의 덕행을 보고 임명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가짜를 함부로 임명해서는 안 됩니다 (官職公器, 宜先德行, 不可假濫)’라고 했다.

    태조가 나라를 세우고 나서 ‘내가 세운 나라인데, 봐 줄 사람 좀 봐 주어야지’라는 심정으로 2년 정도 나라를 다스려 왔다. 즉각 강직한 신하들의 반발이 있었고, 태조는 그래도 그런 건의를 받아들였다.

    역대 대통령들이 인사문제로 골치를 앓았다. 취임한 지 1년쯤 지나면 국민들의 지지도가 내려가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인사문제를 잘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서 같이 일하던 사람, 종교가 같은 사람, 이북 출신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잘 아는 군인들을 많이 발탁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가신들이 요직을 많이 차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코드가 같은 사람을 쓴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결국은 자기와 평소에 친하던 정치인 언론인 교수 등이 주류를 이뤘다. 박근혜 대통령 때는 누가 장난을 치는지, 국무회의에 통과되기도 전에 누가 어떤 자리에 간다고 인사에 관한 유언비어가 나돌았는데, 결과는 그대로 된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 시대 대통령들의 적폐를 청산한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런데 벌써 권력 사유화가 제일 심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1년 반 동안 임명한 사사로운 인사가 박근혜 대통령 4년 동안 한 것보다 더 많다고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인사 8명을 장관에 임명했다. 자기와 동업하던 변호사를 법제처장에 임명했고, 미투사건에 연루돼 도지사 출마를 못하고 물러났던 인사를 슬그머니 국회의장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대학 동기는 한국자유연맹 총재 자리에 앉혔다. 해양진흥공사 사장은 자기 중고교 동기다.

    나라는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5년 운전석에 앉았다가 내려간다. 그동안에 망쳐놓으면 다음 대통령이 고생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이 어렵게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되기 직전에 어떤 대담집에서 “국가권력을 사사롭게 여기고, 권력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는다”라고 했다. 박근혜 정권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 누가 “문 대통령님은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물으면,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야 ‘제2의 최순실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官 : 벼슬 관. *職 : 벼슬 직.

    *公 : 공정할 공. *器 : 그릇 기.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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