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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해석- 이경민(진해희망의집 원장)

  • 기사입력 : 2018-1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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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주변에서 연애하는 젊은 남녀들을 종종 본다. 그들은 서로 사랑에 빠져 상대편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주변의 어른들을 안타깝게 만든다. 그들은 눈에 콩깍지가 끼었다고 한다. 그처럼 때때로 우리는 나의 생각과 신념, 감정 때문에 세상을 달리 볼 때가 많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은 세계 속에 던져진 존재로서, 그 세계 안에서 자신의 선택과 결단에 따라 삶을 만들어가는 자유로운 존재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삶을 만든다는 것은 내가 만나는 세상을 해석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학문적으로 ‘해석학(Hermeneutics)‘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의 신화 중에 제우스의 아들이면서 그의 명령을 전달하는 메신저를 상징하는 전령신, 헤르메스 (Hermes)의 이름에서 따왔다. 헤르메스는 제우스가 하달하는 메시지를 수신자에게 전달하는 중간에서 매개자의 역할을 감당한다. 이 말은 해석은 우리가 사물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내게 전달하는 중간의 매개와 같다는 뜻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내가 보는 세상이 세상 자체인 것처럼 확신할 때가 많다. 마치 우리가 세상에 대해 가지는 판단들이 사실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내 생각이 옳고, 타인을 강요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내가 보는 것이 세상 자체이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빨간색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본다면 세상이 온통 빨갛게 보인다. 파란색의 안경을 쓰면 온 세상은 파랗게 보인다. 그래서 내가 본 세상이 모두 빨갛거나, 파랗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친다. 그러나 이것은 진작 세상 자체가 빨갛거나 파란 것이 아니라 나의 안경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것이 세상 자체라고 믿는 소박한 마음은 내가 착용한 안경을 잊고 있는 것과 같다.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용어 중에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용어는 미국의 과학사가 토마스 쿤이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 (1962)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패러다임은 어떤 한 시대에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인식체계나 틀을 말한다. 즉 우리가 사물의 대상을 인식할 때,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견해나 사고의 틀인 패러다임을 통해서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쿤은 한 시대의 과학적 혁명은 그 시대의 인식적 체계인 사고의 틀이 변화할 때에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것이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우리는 세상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나의 생각, 신념, 의지, 성격, 욕구, 감정, 동기, 가치, 사회적 인습, 문화 등과 같은 선개념들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 때문에 세상은 나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이다. 나는 나의 해석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한다. 제우스의 메시지가 헤르메스에 의해 수신되는 것처럼. 이것이 우리가 사물을 지각하는 방식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단어가 소통이다. 많은 이들이 소통의 단절에 대해서 우려한다. 세대 간, 이념 간, 지역 간 소통의 문제가 우리를 곤혹스럽게 한다. 우리는 상호 간의 대화에서 내 생각이 옳다고 믿을 때가 많다. 그러나 진작 나의 지식이 내가 해석한 지식이란 것을 안다면, 대화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서로 간에 다른 해석에 대한 이해를 뜻한다. 대화는 서로가 해석한 세상을 아는 과정이다. 우리가 착용하고 있는 안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의 안경은 분명히 타인이 착용한 안경의 도수와 색깔 면에서 다르다. 그러나 서로가 자기 안경을 통해 본 세상이 마치 세상 자체인 양 우겨된다면, 소통은 뻔하다.

    우리에게는 자신의 안경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우리는 세상 자체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이다. 겸손해야 할 이유이다. 오히려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해석들과의 만남을 통해 세상 자체의 모습에 보다 근접할 수 있다. 내가 본 세상은 내가 해석한 세상이다.

    이 경 민

    진해희망의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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