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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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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 살눈, 자국눈, 발등눈, 잣눈, 길눈

  • 기사입력 : 2018-1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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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은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는 오지 않았지만 눈이 온 곳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오늘은 ‘눈’과 아랑곳한 철마디(절기)를 보내고 앞으로 눈이 오면 쓸 수 있는 토박이말 몇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이 많아서 한꺼번에 다 알려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눈이 얼마만큼 왔는지를 나타내는 토박이말을 알려드릴 테니 알아두셨다가 쓰시기 바랍니다.

    눈이 얼마만큼 왔는지를 나타내는 토박이말 가운데 ‘살눈’이 있습니다. ‘조금 내려서 바닥을 다 덮지 못하고 살짝 덮을 만큼 얇게 내린 눈’을 ‘살눈’이라고 합니다. 얇게 살짝 언 얼음을 ‘살얼음’이라고 하는 것을 떠올리시면 더 쉬울 것입니다.

    ‘겨우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내린 눈’을 ‘자국눈’이라고 합니다. ‘발자국’에서 ‘자국’과 ‘눈’을 더한 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살눈’보다는 좀 더 많이 온 눈이지 싶습니다.

    눈이 ‘자국눈’보다 많이 내려서 발등까지 빠질 만큼 많이 내린 눈은 ‘발등눈’이라고 합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해도 발등까지 빠지려면 5~10㎝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흔히 ‘대설주의보’가 24시간 동안 쌓인 눈이 5㎝가 넘을 걸로 미루어 생각될 때 내리는 것이니까 ‘대설주의보’라는 말이 나오면 ‘발등눈’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눈이 ‘발등눈’보다 더 많이 내려서 발목이 푹푹 빠져 한 자 깊이가 될 만큼 내리면 ‘잣눈’이라고 합니다. 한 자 그러니까 30㎝가 넘게 내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가 자주 듣는 ‘대설경보’가 24시간 동안 쌓인 눈이 20㎝가 넘을 걸로 미루어 생각될 때, 높은 뫼(산간)에서는 30㎝ 넘게 쌓이면 내리는 것이니까 ‘대설경보’에는 ‘잣눈’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잣눈’보다 눈이 더 내려서 사람 한 길이 될 만큼 많이 온 눈은 ‘길눈’이라고 합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에 나오는 ‘길’을 떠올려 보시면 쉬운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많이 온 눈을 본 적도 없는데 강원도에서는 가끔 볼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눈이 자주 오거나 많이 오는 곳에 사시는 분들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싫어하시겠지만 제가 사는 곳에서는 눈 구경을 못하고 겨울을 넘기는 해도 있습니다. 올해는 오늘 알게 된 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쓸 일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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