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가고파] 쌤통 심리- 강지현(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18-12-11 07:00:00
  •   

  • 우리는 누군가의 실수나 망신, 몰락을 보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고것 참 쌤통이네.” 그 누군가가 잘나가는 연예인이거나 유명한 정치인, 성공한 기업인일 경우 남 보란 듯, 자신과 라이벌 관계에 있던 사람이라면 남모르게. 인정하기 싫겠지만 누군가의 불행 앞에 한 번쯤 이런 감정을 느껴봤을 것이다. 죄책감이 들면서도 통쾌한, 이 아이러니한 감정 말이다.

    ▼미국 켄터키대학교 리처드 H. 스미스 교수는 이것을 ‘쌤통 심리’라 정의했다. 독일어로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이것은 ‘피해(schaden)’와 ‘기쁨(freude)’이 합쳐진 말로, 다른 사람의 불행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일컫는다. 그는 저서 ‘쌤통의 심리학’에서 사회적 비교와 질투가 쌤통 심리를 유발한다고 했다. 남의 고통을 즐기는 이 감정은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강할수록, 상대에 대한 질투의 감정이 많을수록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어느 나라나 남 잘되는 걸 지켜보긴 힘든 모양이다. 속담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가 있다면 일본엔 ‘남의 불행은 꿀맛’이 있다. 이 속담은 실험으로 증명됐다. 일본 교토대 다카하시 히데히코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강한 질투를 느끼는 사람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우리 뇌는 기쁨을 느낀다. 쌤통 심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지나칠 땐 문제가 된다. 처음엔 그저 남의 불행을 즐기기만 하다가 어느새 불행을 바라게 되고, 나중엔 그 불행을 직접 유발하려는 의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불행’은 연말 술자리의 좋은 안줏거리다. 씹기도 쉽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어느 날 이 안주로 인해 마음이 더부룩해진다면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자. 내 언행의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었던 건 쌤통 심리가 아니었는지. 링컨이 말했다.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고,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올 연말엔 가슴 가득 사랑을 품어보자. 남의 불행에 나의 행복을 의존하지 말고 나 스스로 행복해질 방법을 고민하면서.

    강지현 편집부 차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강지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