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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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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소문과 진실- 주강홍(한국예총 진주지회장)

  • 기사입력 : 2018-1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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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문이 떠다닌다. 진원지가 분명치 않은 이야기들이 잘 각색되어 카더라로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 어법들이 귀를 가까이 가게 한다.

    옛날에 언론이란 게 없었을 때에는 그것이 민심일 수 있었고, 언론이 압제당할 적에는 여론일 수도 있었다. 카더라로 포장되어 정권을 바꾸고 나라를 통째로 흔들 수 있었던 무서운 파괴력을 가진 통신수단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악의적인 허구이거나 진실을 가린 소문일 때 바로잡을 수 있는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 개인의 문제가 쉬쉬하며 떠다닐 땐 본인만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그것을 에둘러 전달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진원지도 불확실하고 그 파장에 직접 닿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도 있고, 당사자가 그 충격과 분함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들도 있기 때문에 구설수의 책임에서 멀어지고 싶기 때문이다.

    모임이 많은 달이라 이런저런 행사에 참석을 하다 보면 여러 근황들을 듣게 되고 소식들을 접하게 된다. 그중 어떤 사람이 어떤 작은 일에 자기 상상까지 넣어서 누군가를 걱정하는 듯하면서 내심 즐겨하는 느낌으로 확대하여 전하는 고약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껍데기가 부풀어지고 과정을 생략하고 토막을 살리는 그의 능변에 모두 귀를 세우지만, 대상의 평소 인품을 생각하며 생각이 깊어진다.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 속에서 치명적인 이 소문을 그에게 전달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와중에 전하는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누가 그러더냐고 반문을 할 때 어디까지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할까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뿌리 없이 둥둥 떠다니는 소문은 전염성이 강하다. 순식간에 세상에 퍼져 누구를 힘들게 한다. 처신과 행위가 잣대 위에서 평가받는 것과는 다르다. 사심에 의해서 당사자가 엄청난 곤혹 속에서 비통해야 할 일들이 함부로 돌아다니는 것은 무척 경계해야 할 일이다.

    거울 앞에 서 본다. 한 해의 일들을 돌이켜 본다. 혹여 나도 모르는 소문들이 떠다닐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섬뜩하다. 소문의 뒤쪽에 붙어 있는 진실을 가리는 지혜가 더 필요한 달인 것 같다.

    주강홍 (한국예총 진주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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