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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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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남을 배려하는 마음- 박종국(진영중앙초 교감)

  • 기사입력 : 2018-1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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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 벅, 1960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그녀는 여행지를 농촌마을로 정했다. 시골을 방문하던 그녀에게 진기한 풍경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황혼 무렵, 지게에 볏단을 진 채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농부의 모습이었다.

    펄 벅은 ‘힘들게 지게에 짐을 따로 지지 않고 달구지에 실어버리면 아주 간단하고, 농부도 소달구지에 타고 가면 더욱 편할 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농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소달구지를 타지 않고 힘들게 지고 갑니까?”

    그러자 농부가 말했다. “에이, 어떻게 달구지를 타고 갑니까? 저도 하루 종일 일했지만, 소도 똑같이 일했는데요. 그러니 짐도 나누어서 지고 가야지요.”

    당시 흔히 보는 풍경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고국으로 돌아간 뒤 이 모습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고백했다.

    “서양의 농부라면 당연하게 소달구지 위에 짐을 모두 싣고, 자신도 올라타고 집으로 향했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의 농부는 소의 짐을 덜어주고, 자신의 지게에 볏단을 한 짐 진 채 소와 함께 걸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또 펄 벅은 따지 않은 감이 달린 감나무를 보고는, “따기 힘들어 그냥 두는 거냐?”고 물었다.

    “까치밥인데 겨울 새들을 위해 남겨두었다”라는 설명을 듣고, “바로 이거예요. 내가 한국에서 보려 했던 모습이었어요. 고적이나 왕릉이 아니었어요. 이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한국에 잘 왔다고 생각해요.”

    펄 벅이 감동했듯이 감이나 대추를 따더라도 ‘까치밥’은 남겨두는 게 우리네였다.

    우리 선조들은 씨앗을 심어도 셋을 심었다. 하나는 하늘이, 하나는 땅이, 나머지는 내가 나눠먹겠다는 배려여서였다. 이렇듯 씨앗 하나에도 배려를 심고, 소의 짐마저 덜어주려는 조상들의 마음, 또 그것을 단순히 넘기지 않고 감동으로 받아들인 펄 벅 여사의 눈뜸이 아쉬운 때다.

    박종국 (진영중앙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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