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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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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 이대로 괜찮나] (상) 갈등 겪는 지역주택조합

추가 분담금·사업 지연… 곳곳서 진통
경남에 분 ‘지역주택조합 열풍’
2010년 이후 조합 신청 급증

  • 기사입력 : 2018-12-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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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피켓을 들고 나왔다.” 일주일째 지역주택조합 운영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조합원의 말이다. 주민이 직접 조합을 결성하고 사업을 시행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도내에서도 활기를 띠고 있지만 곳곳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3년이 지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한 곳이 있는가 하면, 수천만원에 달하는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는 조합도 있다. 심지어 조합의 업무를 도맡아 하는 대행사 관계자 등이 배임 혐의로 구속된 곳도 있다. 사업이 정주행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본지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문제를 (상)갈등 겪는 지역주택조합 (하)사업 성공 위해서는 등 2편에 걸쳐 진단한다.


    ◆사업지연, 추가 분담금, 대행사 대표 구속 등 곳곳서 균열

    경남지역 최대 규모인 3300가구로 추진됐던 김해 율하이엘지역주택조합의 업무·분양대행사 대표가 이달 초 구속됐다. 이들은 사업 과정에서 조합 자금 280여억원을 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합은 지난 2015년 2월 첫발을 뗐지만 수차례 내홍을 겪으면서 아직 착공조차 못했다. 조합원들은 사업 장기화로 인한 이자 부담, 기존 주택 매매 문제 등을 호소하고 있다. 조합은 지난 16일 임시총회를 열어 시공사와 업무 대행사를 선정했지만, 이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집회를 여는 등 갈등은 여전하다. 조합은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1100가구 규모의 김해 A조합에서는 최대 5000만원가량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면서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조합측은 도로, 공원 등 추가 공사비, 학교용지부담금 등을 이유로 가구당 개별 분담금 2400만원과 추가 분담금 2750만원 등 5150만원의 추가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 모집 당시 84㎡ 기준 2억5000여만원이었던 아파트 가격은 개별·추가 분담금을 모두 부과할 경우 3억원이 훌쩍 넘는다. 해당 조합은 지난 2016년 6월 착공 필증을 받았고 내년 9월께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지난 15일 조합은 총회를 열어 추가 분담금 부과 건 등을 상정했지만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그러나 조합 측은 향후 임시 총회를 열어 추가 분담금 안건을 재상정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지면서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창원에서도 조합 아파트의 추가 분담금 문제, 사업 지연 의혹 등이 불거졌다. 창원의 B지역주택조합은 지난 2014년 조합이 만들어졌지만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부지 매입에만 440억원 가까이 들어갔지만 추가로 매입해야 할 부지가 40%가량 더 남았다. 일부 조합원들은 분양 수수료, 업무 대행료 등 불투명한 조합 회계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합원 “명백한 허위 광고”

    조합의 추가 분담금 요구가 부당하다며 1인 시위에 나선 김해의 한 지역주택조합원 C씨는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1주일째 출근 시간 김해시청 앞에서 시위에 나서고 있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 길가에 나와 시위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C씨는 “준공이 몇 개월 남지 않았는데 조합에서는 5000만원을 추가 분담하라고 한다”며 “사업 초반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조합원들에게 깊이 있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토지 매입이 70~80%밖에 되지 않았지만 조합에서는 95% 이상 매입했다고 광고했다”면서 “조합 아파트는 위험성을 더 부각시켜야 하는 사업인데 조합원들은 이를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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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시 신문동의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예정 부지. 조합 구성 후 3년이 흘렀지만 내홍을 겪으면서 현재까지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김해의 또 다른 지역주택조합원 D(32·김해시 삼방동)씨는 “현금을 포함해 대출까지 1억4000만원을 납입했는데 2년 넘게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주변에서는 조합원들이 들고 일어서야 한다고 충고를 하지만, 생업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류를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조합원 E(51·김해시 주촌면)씨는 “추가 분담금은 대출로 해결하면 된다고 말하는데, 대출은 빚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평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을 알았다면 정신적 고통을 받으면서 조합원 가입조차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조합원들이 토로하는 조합의 문제점은 도내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비슷한 유형을 보인다. 지난해 정부는 주택조합과 관련한 피해가 늘자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주요 피해 사례는 ‘부지 90%’ 확보 등으로 광고했지만 40%만 땅 주인으로부터 사용 승낙을 받은 것, 사업이 늦어질 수 있는데도 마치 일정이 확정된 것처럼 명시한 것, 추가 분담금을 납부해야 할 상황이 있는데도 분양 금액이 확정적이고 추가 비용이 없는 것으로 광고하는 것 등이다. 이는 도내 조합원들이 호소하는 문제점과 유사하다.

    ◆지역주택조합 열풍, 2010년 수도권서 지방 이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5년 6월까지 설립 인가를 받은 조합은 총 155개, 7만5970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지방의 지역주택조합 신청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지방의 주택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지방 중에서도 경남을 포함한 부산, 울산 등 경상권이 60개 사업장으로 가장 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내에서는 10월 말 기준 조합 모집 단계부터 공사 중인 지역주택조합은 모두 45곳이다. 경남도에서는 조합 추진위원회 구성부터 현황을 관리하고 있어 기초지자체가 파악하는 현황과는 상이할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김해가 16곳으로 가장 많고, 창원 8곳, 양산 8곳, 사천 5곳, 통영 4곳, 거제 2곳, 함안 1곳, 고성 1곳 등 순이다.

    지역주택조합과 관련한 민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권익워원회에 지난 2014년부터 지난 4월까지 접수된 민원은 총 9677건으로,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증가세를 보인다. 김해에서는 지난 5월 한 주간 101건의 민원이 접수되는 등 조합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정상 진행될 경우 저렴하게 집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지역주택사업을 진행했던 H건설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시작부터 끝까지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고, 보다 낮은 시세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조합이나 대행사에서 허위광고, 추가 분담금을 과도하게 부과할 경우 사업 지연 등으로 배보다 배꼽이 큰 사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김해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과장, 과대광고를 하는 곳이 많다"며 "불투명한 운영 등은 배제하더라도 입주 기일을 맞추지 못할 경우 대출 이자가 늘어나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기 어려운 문제도 발생한다"고 조언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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