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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식량수입, 줄어드는 농지면적- 안상준(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 2018-12-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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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는 하셨어요? 다음에 식사 한번 같이 해요.” 우리는 종종 식사할 시간이 아닌데도 이런 인사말을 주고받는다. 상대방이 정말 끼니를 거르지는 않았는지 궁금해서가 아니라 배고팠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의 습관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안녕하세요’의 또 다른 인사 표현법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길거리에 먹을 것이 넘쳐나고, 식사 한 끼 먹을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은 영양 섭취로 비만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문제는 우리가 풍족하게 먹고 있는 이 음식들 중 많은 비중이 해외에서 수입된 것이라는 점이다. 2017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50% 이하로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 양정자료에 따르면 2017년 잠정 식량자급률은 48.9%로 2016년에 비해 1.9%p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식량자급률이 하락한 원인을 국내 생산기반이 약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농지면적은 2007년 이후 연평균 1만6000㏊씩 줄었다. 이에 따라 국내산 곡물 공급량은 2007년 531만5000t에서 2017년 468만7000t으로 줄었다. 2017년 공급량이 전년 대비 3.5% 줄면서 전체 자급률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농업 위축이 가속화되면서 식량자급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식량자급률을 올리려는 정부의 의지는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초 ‘2018~2022년 농업 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내놓으면서 2022년 식량자급률 목표를 55.4%로 제시했다. 기존 목표치 60%에서 오히려 4.6%p 낮춰 잡은 것이다. 이렇게 식량자급률이 매년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농업진흥지역 해제로 해마다 2만㏊의 농지가 전용되고 있다. 농업진흥지역은 1992년 필지 단위의 옛 절대농지를 권역별로 묶어 우량농지를 확보하고 농업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동안 농지보전과 농지전용 억제의 유효한 정책수단으로 많은 기여를 해 왔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정부의 2020년 곡물 자급률 목표치 32%를 달성하기 위해 최소 175만2000㏊의 농지가 필요한데 2017년 우리나라 전체 농지면적은 162만1000㏊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량농지를 보전하지 못하면 쌀은 물론 밭작물 생산 감소로 이어질 것이고, 식량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식량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토지 가격 상승에 따른 부동산 투기와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농업진흥지역의 논 평균가격은 비농업진흥지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서 해제되는 즉시 2~3배 이상 땅값이 뛰어오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제도가 시행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 제도상의 불합리한 요소들로 인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되고 농업시장 개방, 농산업의 융복합 산업화 등 변화하는 농업 환경에 맞추어 개선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또한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각종 행위 제한 등으로 인한 농지가격이 저평가되면서 농민들의 불만이 쌓인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을 두어 의견을 수렴하면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점진적으로 농업진흥지역을 조금씩 해제·완화할 필요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불만 가득한 농민들에게도 유인정책이 필요하다. 농업진흥지역 내 ‘조세특례제한법’상 조세 감면을 확대하는 등 농민을 위한 세제 개편도 필요하다.

    농지법에 보면 농지는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환경을 보전하는 데에 필요한 기반이며, 농업과 국민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한정된 귀중한 자원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소중한 농지를 그동안 소홀히 여긴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이켜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안상준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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