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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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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별자리 새긴 가야 고분 최초 발견

함안 말이산 13호분서 첫 발견… 덮개돌 아랫면 성혈 125개 확인
붉은 안료 칠한 최초 돌덧널무덤

  • 기사입력 : 2018-12-1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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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함안 아라가야 추정 왕성지와 말이산고분군(사적 제515호) 13호분 발굴조사에서 가야사 조사 연구에 획을 그을 수 있는 유의미한 성과가 나왔다.

    가야고분에서 처음으로 무덤 주인의 시신이 안치되는 공간 위쪽 천장에서 125개의 성혈(星穴:돌의 표면에 별을 표현한 구멍)이 확인됐다.

    함안군과 문화재청은 18일 가야읍 가야리 추정 왕성지와 가야읍 도항리 말이산 13호분 현장에서 발굴조사 설명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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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 말이산 13호분 천장에 새겨진 별자리./문화재청/

    성혈은 청동기시대 암각화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고분의 개석 윗면에서 드물게 확인됐으나 무덤 방 안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고, 가야무덤에서 별자리가 확인된 것도 이번이 최초다. 성혈은 남쪽에서 5번째 덮개돌 아랫면에 새겨져 있는데 전통 별자리의 남두육성(南斗六星)과 기수(箕宿), 미수(尾宿), 심수(心宿) 등이 확인된다.

    최경규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단장은 “성혈이 상징하는 별은 현대 별자리인 궁수자리와 전갈자리에 속하며, 여름철 은하수에 걸쳐 있는 만큼 은하수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야인들의 내세관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봉분 지름 40.1m, 높이 7.5m 규모의 초대형 봉토분인 13호분은 길이 1.9㎞의 말이산 내 최대 규모의 고분이자 가장 높은 곳에 있다. 1918년 조선총독부에 의한 도굴로 형태 일부가 노출됐지만 조사내용에 대한 보고나 성격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유적을 정비하기 위한 발굴조사가 지난해 정식으로 시작됐다.

    발굴 결과 13호분은 가야시대 돌덧널무덤 가운데 처음으로 네 벽면을 점토로 미장한 후 붉은 색 안료를 칠한 채색고분임이 확인됐다. 붉은 칠은 부활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야고분 중에서는 6세기 전반 소가야 고분인 고성 송학동 고분군의 1B-1호 돌방무덤(石室墓)에서 발견되기는 했지만 이번에 확인된 13호분은 이보다 수십년 앞선 것이어서 향후 활발한 연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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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산 13호분 전경./함안군/

    최 단장은 “길이 9.1m에 달하는 초대형의 무덤방과 봉토직경 40.1m의 규모를 가지고 유례 없는 상징을 갖춘 말이산 13호분은 아라가야의 최전성기라 알려진 5세기 후반 아라가야의 왕묘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가야읍 아라가야 추정 왕성지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 가야시대 왕궁의 존재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결정적인 유적인 토성과 건물지 등이 다수 확인됐다. 수혈식(竪穴式:구덩식)과 고상식(高床式:바닥을 땅 위나 물 위에 높게 지은 형태) 건물지 14동과 구릉의 생김을 따라 조성된 토성벽과 목책렬(木柵列)도 100m가량 확인됐다.

    건물지군에서는 유적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시설과 유물도 다량 출토됐다. 이 가운데 판석(板石)을 세워 만든 긴 네모꼴의 건물지인 10호 건물지에는 가야지역 최초로 내부에 연도가 딸린 길이 5m의 부뚜막도 발굴됐다. 초대형의 고상식 건물지와 망루, 창고 등 다양한 용도의 건물지도 파악됐다. 이 일대에서는 또 그릇받침, 연질항아리, 시루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5~6세기 가야토기들과 화살촉, 비늘갑옷, 말발걸이 등 다양한 철제 무기·마구 등도 함께 출토됐다. 아라가야 왕성 추정지는 그간 문헌과 구전으로만 전해져 실체를 알 수 없었지만 지난 4월 경작지 조성 중 우연히 발견돼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긴급 발굴조사를 했다.

    강동석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학예실장은 “아라가야 왕성지는 토성 등의 방어시설을 갖춘 아라가야 전성기 최고지배층의 생활공간일 것”이라며 “이번에 발굴한 건물지군은 철제무기로 무장한 군사집단이 왕성을 방어하기 위해 상시 거주했던 시설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말이산 고분에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잊혀진 가야'(http://gaya.knnews.co.kr/)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하다.

    허충호 기자 chhe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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