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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연탄- 이문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8-1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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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이야 보기조차 힘들게 됐지만 연탄은 오랫동안 서민들의 겨우살이에 긴요한 땔감이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아파트나 주택가 공터에 하얗게 탄 채 수북이 쌓여 있는 연탄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시간에 꼭 맞춰 연탄을 갈아야 했고, 그 불편함과 특유의 지독한 냄새는 아직도 코끝에 남아 있다. 대부분 한두 번은 들이마셨을 연탄가스에 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정확히는 일산화탄소 중독이다. 에피소드로 마무리됐다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겠지만, 심각한 사고도 자주 발생했다.

    ▼최근 강릉의 한 펜션에서 고교생 여럿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났다. 물론 연탄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보일러 배관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일산화탄소가 폐로 들어가면 혈액 중의 헤모글로빈과 급격히 반응하면서 산소 순환을 방해한다. 체내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 뇌와 척추가 영향을 받아 두통, 현기증, 구토 증세를 보이고 많이 흡입하면 중추신경계가 마비돼 의식을 잃거나 결국 사망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신 (神)들의 신(神)이다.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 준일로 제우스의 노여움을 샀다. 인간이 불을 가지게 됨으로써 ‘신이 필요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불은 인간을 급속하게 행복하게 만들었지만, 대신 프로메테우스는 코카서스 바위에 쇠사슬로 묶인 채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받아야 했다.

    ▼제우스는 신을 점점 멀리하는 인간도 미웠다. 진흙으로 만든 최초의 여성 ‘판도라’를 프로메테우스 동생과 결혼시킨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절대 열지 말라’는 단서와 함께 상자 하나를 선물했다. 하지만 결국 상자를 열었고, 고통, 악(惡), 질병, 전쟁 등 온갖 재앙이 빠져나왔다, 평온했던 인간 세상을 이로 인해 혼돈에 빠지게 됐다. 신화(神話)대로라면 모든 재앙은 불로 시작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불의 편리함을 포기했다면 재앙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늦었다. 판도라는 열렸고 이제 불을 포기할 수도 없다. 불이 주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행복 이상의 관심과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이문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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