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8월 24일 (토)
전체메뉴

[거부의 길] (1491)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61

“용돈”

  • 기사입력 : 2018-12-27 07:00:00
  •   
  • 메인이미지


    이정식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친구가 일찍 세상을 떠났지. 감옥에서 고생했기 때문이야. 서 비서 책임이야.”

    “제 책임이라고요? 아니에요.”

    “서 비서가 무정한 거야. 그렇게 어려웠으면 나를 찾아왔어야지.”

    “남편이 신문사가 부도가 난 걸 저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알았어. 앉아.”

    이정식이 비서들에게 눈짓을 했다. 비서들이 재빨리 의자를 가지고 왔다. 서경숙과 김진호는 의자에 앉았다.

    “이 손을 여기에 넣어 봐.”

    이정식이 자신의 사타구니 쪽을 눈으로 가리켰다. 그는 얇은 시트를 덮고 있었다. 김진호는 이정식이 추악한 짓을 저지르는 것 같아 눈살을 찌푸렸다. 죽어가는 인간이 못된 짓을 하고 있구나, 김진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네.”

    서경숙이 망설이지 않고 시트 안으로 손을 넣었다.

    “이게 뭐예요?”

    서경숙이 의아한 눈빛으로 이정식을 응시했다.

    “하나만 꺼내 봐.”

    이정식이 쇠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경숙이 시트 안에서 손을 꺼냈다. 서경숙의 손에는 하얀 봉투가 들어 있었다.

    “회장님, 이게 뭐예요?”

    “용돈.”

    “네?”

    김진호는 어리둥절했다. 비서들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회장님께서 가끔 장난을 하십니다. 돈봉투를 시트 안에 넣고 그 안에 손을 넣으라고 하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망설입니다. 서 비서님처럼 망설이지 않고 손을 넣는 분에게는 봉투를 쥐여줍니다. 물론 망설인 분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습니다.”

    집사가 낮게 말했다.

    “호호호. 역시 우리 회장님이시네.”

    서경숙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김진호는 이정식의 괴팍한 짓거리에 쓴웃음이 나왔다. 그를 오해한 것이다.

    “회장님, 잘 쓸게요.”

    서경숙이 봉투를 핸드백에 넣었다. 얼마인지도 살펴보지도 않는다. 김진호는 이정식이 괴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잘 지내고 있지?”

    이정식이 다시 눈을 떴다.

    “네.”

    “애들은 잘 크고?”

    “벌써 어른이 되었어요. 둘 다 미국에 있어요. 괜히 미국에 보냈나 봐요. 한국에 와서 살 생각이 없대요. 정치인들이 너무 뻔뻔하대요.”

    서경숙이 빠르게 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