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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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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경남신문 신춘문예 응모작 분석

세태 반영·회상 작품 많아… 치열함·완성도는 부족

  • 기사입력 : 2018-1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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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이 지난 21일 경남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2019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는 지난해 1749편(549명)보다 600여편 늘어난 총 2461편(763명)이 접수됐다. 지난해에 비해 참가 인원과 작품 수 모두 대폭 증가했다. 올해 역시 전국 각 지역과 미국, 독일, 일본 등 해외 곳곳에서 예비문인들이 혼신의 노력을 쏟은 작품을 보내왔다. 10대부터 80대까지 참여 연령이 폭넓고 직업도 다양했다. 문학소녀를 꿈꾸던 소녀가 40년 만에 신춘문예 문을 두드리게 됐다는 내용의 손편지를 쓴 지원자와 아침 일찍 신문사 앞에서 응모작품을 들고 기다리는 지원자도 눈에 띄었다.

    심사는 지난 21일 하루 동안 5개 부문이 모두 진행됐다. 올해는 시 1598편, 수필 340편, 소설 117편, 시조 335편, 동화 71편이 들어와 모든 부문의 응모편수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심사위원들은 전반적으로 세태를 반영하거나 어릴 적을 회상하는 작품들이 많이 응모돼 참신한 소재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또 더 치열한 자기 반성과 작품 완성도가 필요하다고 평했다.

    신춘문예 당선자와 당선작품은 본지 신년호(새해 1월 2일자)에 발표한다. 다음은 심사위원들이 밝힌 부문별 응모작들의 특징이다.(괄호 안은 심사위원 명단)


    -상당수 작품,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못 담아내

    ◆시(성선경 시인·김경복 평론가)= 시들이 너무 회상적인 내용이 많다. 어린 시절의 고향이나 부모님에 대한 추억이 상당수 투고된 시편들의 내용이 되고 있는데, 이는 아직 시를 제대로 연마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일부 시들에 하나의 패턴인 양 오늘의 힘든 삶을 작위적으로 드러내려는 경향이 보인다. 특히 노숙자의 삶이나 실업자의 삶을 시화함으로써 당대의 역사적 삶을 다루려 하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데, 상당수 작품이 너무 그 의도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작위적이어서 어설픈 내용이 되고 있다. 좀 더 깊이 있는 사회 현실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시는 자기 삶에 대한 내적 응시이어야 하는데, 상당수 작품들이 아직 자신의 삶과 존재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아내지 못한 채 시 작품을 쓰는 경향이 있다. 습작 단계의 시들이 대거 투고되고 있는데, 좀 더 치열한 자기 반성과 시적 연마를 거친 작품을 투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자극적 소재 다룬 작품 많아졌지만 메시지는 약해

    ◆소설(유익서 소설가·김은정 평론가)= 올해 신춘문예의 소설 부문 응모 작가는 110명, 응모작은 모두 117편이었다. 예년에 비해 응모작의 수도, 작품의 수준도 높은 편이었다.

    신춘문예의 응모작 경향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 사회가 어느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신춘문예 응모작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노년의 삶이었다. 노년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노년을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나기도 하는 소재가 많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는 정도만을 소설 작품이 담아내고는 있고, 소설적 형상화 부분에서는 미숙한 작품이 많았다.

    다음으로 지나치다고 할 만큼 성애의 노골적인 묘사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몇 년간 지속적으로 등장했던 ‘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씻은 듯이 없어진 자리에 ‘성애’를 다룬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사회적인 어떤 분석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로만 사용될 뿐 ‘성애’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메시지가 약했다.

    -서정성 놓치지 않고 언어 다스리려는 노력 필요

    ◆시조(이달균 시인·장성진 평론가)= 올해 응모작은 예년에 비해 많아졌다. 힘겨운 시대를 헤쳐가면서 민족의 전통시인 시조에 기대어 위무받고자 하는 마음이 더욱 커진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우선 응모 편수가 늘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복잡다단하고 증폭하는 갈등의 시대를 건너는 데는 단아한 정형률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시조의 존재 이유와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응모작들은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뉜다. 첫째 하나는 직접적으로 세태를 반영하는 작품군과 다른 하나는 전통 서정을 바탕으로 시조의 본령에 다가가고자 하는 일군의 노력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필연적으로 직접적인 시어들을 차용하게 되는데, 그럴수록 더욱 서정성을 놓치지 않고 언어를 아끼고 다스리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칫 생경한 목소리만 남아 공허하게 들릴 우려가 있다. 후자의 경우는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기존의 고시조류의 음풍농월을 극복하고 현대에 와서 “왜 시조인가?” 하는 당위성을 보여줘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이 두 경향에다 절제와 응축, 치밀한 내면묘사가 함께 한다면 필히 좋은 작품이 탄생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당선권에 가닿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덧붙여 둔다.

    -사물 의인화·환상의 세계 설정한 작품 눈길

    ◆동화(배익천 아동문학가·김문주 아동문학가)= 응모작을 통해 동화 창작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으나, 동화만의 특징이 도드라진 작품은 많지 않았다. 동화는 아이의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동심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응모작의 대다수가 왕따, 부모와의 갈등, 공부에 대한 압박감 등을 소재로 한 생활동화였으나, 아이의 눈을 통해 참신한 감성을 발견하는 작품이 드물었다. 이는 동화에 대한 의식이 너무 안이한 탓이 아닐까 싶다.

    그에 비해 소수이긴 하나 판타지 동화는 작품의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사물을 의인화한 작품과 로봇을 소재로 하거나 환상의 세계를 설정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으며, 문장력도 탄탄했다.

    다만 현실과 판타지 세계를 오가는 매개물로 꿈을 이용하는 구조가 식상해 아쉬웠다.

    최근까지 많이 나왔던 다문화가정을 소재로 한 작품은 많이 줄었으나, 작품 속의 배경은 여전히 어둡고 무거운 편이었다. 문학은 당연히 현실을 반영해야 하지만, 동심의 세계가 잘 드러나는 밝은 작품들이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생활경험 등 중년여성의 빛깔로 형상화한 글 많아

    ◆수필(강현순 수필가·한후남 수필가)= 올해는 응모 작품이 작년보다 훨씬 많았다. 작년에는 100명이 보내온 269편이었는데 올해는 131명의 작품 340편이었다.

    심사의 특성상 응모자의 성명, 참여 지역, 참여 계층 등은 알 수 없으나 글 내용으로 보아 중년의 여성 작품이 많았던 것 같다. 대체로 생활 경험, 자연 관찰, 사회 현상에 대한 느낌 등을 작가 특유의 향기와 빛깔로 형상화한 글들이었으며 과거를 회억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글 다듬기를 제대로 안 한 작품들이 더러 보였다. 한 편의 글을 쓰고 나면 몇 번이고 보아야 한다.

    저속한 내용은 없는가, 의도한 대로 내용이 되어 있는가, 문맥은 정확한가, 부자연스런 점은 없는가, 단락의 구분은 정확한가, 맞춤법 띄어쓰기는 틀리지 않았는가, 개성이 없는 평범한 글이 아닌가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필은 작가가 작품 속에 함축돼 있다. 픽션인 시나 소설과는 달리 수필 한 편을 읽으면 문장력에서 작가의 인격과 사상, 철학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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