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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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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93)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63

“천천히 읽어. 빨리 읽지 않아도 돼”

  • 기사입력 : 2018-12-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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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산의 꾸냥>은 혜은이라는 국내 가수가 번안하여 불러 팬도 많다. 대만 출신의 가수 등려군을 비롯하여 중국에서 많은 가수들이 불러 국민 애창곡이 되었다. 시언이 맑고 고운 목소리로 아리산의 꾸냥을 부르자 이정식이 좋아했다. 그는 시언의 청아한 목소리가 깊은 산골짜기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아름답다고 말했다.

    서경숙은 이정식과 옛날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언이와 준희는 거실로 나가고 김진호는 서경숙 옆에 앉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삼일그룹이 국내 최고의 재벌그룹으로 도약한 것은 반도체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참 숨 가빴어. 사람들은 이동통신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고 전화를 돌아다니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우리는 전화기를 생산하기로 했고 NK그룹은 이동통신을 하기로 했지.”

    이정식이 아득한 회상에 잠기면서 말했다. NK그룹은 당시에 20위권에도 들지 못했으나 이제는 삼일그룹 다음으로 커졌다.

    “그 시대를 다룬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기로 했어. 한번 읽어봐.”

    이정식이 머리맡에 가제본이 되어 있는 책을 서경숙에게 건네주었다.

    “제가요?”

    서경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김진호는 이정식이 서경숙을 부른 것은 책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읽어. 빨리 읽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읽고 말씀 올리겠습니다.”

    서경숙은 인사를 하고 거실로 나왔다. 김진호는 서경숙을 따라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는 시언이와 준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경숙은 집사가 나올 때까지 거실에 앉아서 기다렸다. 이내 집사가 침실에서 나왔다.

    “회장님께서 아주 기뻐하셨습니다.”

    집사가 서경숙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회장님이 애들 노래를 좋아해서 다행이에요.”

    서경숙이 현관을 향하면서 말했다.

    “저도 좋아합니다. 이렇게 좋은 노래를 들어보기는 처음입니다.”

    집사가 대문 앞까지 안내했다. 집사는 대문 앞에서 서경숙과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진호는 서경숙과 집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담배를 피웠다.

    ‘한 세상을 주름잡은 이정식도 죽어 가는구나.’

    김진호는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국내 최고의 재벌인 이정식을 가까이서 보자 기분이 미묘했다. 서경숙은 대문 앞에서 10분 정도 웃고 떠들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내 집사와 서경숙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호텔로 가자.”

    서경숙이 김진호에게 말했다. 그들은 서경숙의 차에 올라탔다.

    “호텔에는 왜?”

    “부회장님이 밥을 산대.”

    서경숙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이 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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