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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령별곡(宜寧別曲)- 박환기(경남도 도시교통국장)

  • 기사입력 : 2019-0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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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사회든 기업이든 어김없이 연말에 찾아온 인사이동에 많은 이들이 그간의 추억을 나누고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임지나 부서로 떠나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함께한 시간을 마음속에 간직한다. 어쩌면 그 기억을 다시 꺼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마음은 함께한 추억이 늘 현재이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가끔은 생각과는 다르게 마음속에 맴도는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하고 떠났다가 후회하기도 한다. ‘봄날 흐르는 정암의 강물은 비단을 펼친 듯 푸르고 / 가을바람 부는 자굴산은 병풍을 펼친 듯 새롭네’ 조선전기 문신으로 직제학을 지낸 학자 어변갑이 의령 정암의 아름다움과 자굴산의 절경을 노래한 시다.

    장황하게 시 한 수를 읊어 본 까닭은 필자가 서두에서 잠시 언급했듯 필자 또한 인사이동으로 정들었던 임지를 떠나며 나의 분주함 속에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속 얘기를 전하기 위해서다. 그곳이 의령이었고 의령의 추억이 어변갑의 시 한 수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2017년 12월 29일 의령 부군수로 부임해 지난해 12월 21일자 경남도 도시교통국장으로 발령받아 복귀하기까지 1년 남짓 의령에서 공직생활을 하였다. 의령은 진산인 자굴산의 품안에서 남강과 낙동강이 만들어낸 비옥한 토지를 기반으로 언제나 뜨겁고 의병의 힘으로 하나가 되는 정이 넘치는 그런 곳이다. 조선 중기 의병의 힘으로 누란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 곽재우 장군이 있었고, 일제강점기 백산상회를 설립하여 독립운동에 헌신한 백산 안희제 선생이 있고, 우리나라 경제를 50년간 이끌어 온 거부 삼성그룹 호암 이병철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그리고 남명 조식 선생이 학문에 뜻을 두고 호연지기하며 사랑한 자굴산과, 철쭉이 아름다운 한우산, 천하절경 봉황대가 있고, 의령 망개떡, 의령 소고기국밥, 의령 소바가 있다. 의령의 3人3景3味다.

    여타 농촌지역이 그러하듯 급격한 산업화로 이촌향도현상에 따른 인구감소와 노령화 등의 문제점이 공존하지만,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주거환경 개선과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으로 도시민의 귀농 귀촌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의령을 아끼고 사랑하는 군민들의 열망이 간절하고 행정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기에 의령은 희망적이다.

    기억은 잊혀지기도 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변해도 의령은 언제나 늘 같은 향기와 아름다움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의령은 나에게 그런 곳이다. 지난 한 해 즐거움과 아픔을 함께하며 나의 작은 생각에 공감하고 힘을 실어 주셨던 의령군의 600여 동료 공직자와 군민께 이 글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박환기 (경남도 도시교통국장)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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