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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서부경남 혁신형 공공병원’ 갈 길은? (상) 왜 필요한가

서부권 8개 시·군 상급·종합병원 없어 의료 취약

  • 기사입력 : 2019-01-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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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의료원은 의료약자와 사회적 약자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문제점이 있었다면 개선해서 사용하면 됐는데, 그냥 날려버렸다.” 지난해 종영된 종합편성채널 의학드라마의 한 장면. 극 중 폐업한 공공의료원에서 근무했던 대학병원 흉부외과 의사의 대사 속에 진주의료원 폐업이 등장했다.

    홍준표 전 도지사는 지난 2013년 강성 노조와 이에 따른 적자 누적을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폐업했다. 폐업 이후 공공의료원을 이윤의 잣대로만 봐선 안 된다는 지적과 함께 공공의료안전망 재건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김경수 도지사는 서부경남 혁신형 공공병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상)왜 필요한가 (하)어떤 모습으로 세워져야 하나 두 편으로 나눠 진단한다.



    공공의료기관이란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이 정하는 보건의료기관을 뜻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기준 공공보건의료기관 비율이 5.4%, 공공병상 비율이 10.3%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수도권·대도시로 의료자원이 집중된 탓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어촌 사이 의료 접근성과 사망률 등이 큰 차이가 난다.

    정부는 이를 두고 민간 위주의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으로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지만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 서비스의 공백이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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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3년 폐원될 당시의 진주의료원. 지금은 리모델링을 거쳐 경남도청 서부청사로 사용되고 있다./경남신문DB/

    보건의료 관련 지표를 통해 본 경남의 ‘동서격차’는 더 크다.

    경남발전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서부경남권 보건의료 현황과 주민·전문가 인식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경남지역(2016년 기준)에는 상급종합병원 2곳, 종합병원 23곳, 병원 149곳 등 모두 5132곳의 보건의료기관(전국 5.7% 수준)이 있다.

    그러나 서부경남(거창·남해·사천·산청·의령·진주·하동·함양·합천) 지역에는 상급종합병원 1곳, 종합병원이 2곳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모두 진주시에 있어 나머지 서부경남 8개 시·군에는 종합병원이 없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은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상 수도 경남 전체 5분의 1 수준인 1만2235병상에 불과했으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도 진주시를 제외한 모든 서부경남 지역에서 전국 평균(2.74명)이나 경남 평균(2.27명)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서부경남권 주민의 건강수준이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심장, 암 등 연령표준화 사망률(인구 10만명당 사망률)이 매우 높고, 건강검진 결과에서도 유질환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과 성별을 배제한 사망률인 표준화사망률 지역별 순위도 진주의료원이 폐업한 해인 2013년 8위에서 2년 뒤인 2015년에는 2위까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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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가 지난달 18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경남신문DB/

    이러한 보건의료의 지역적 격차 속에서도 빈곤층,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의료안전망’ 기능을 해온 진주의료원이 폐업하면서 공공의료서비스에 더 큰 공백이 생겼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취약계층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 등을 민간병원보다 저렴하게 받을 수 있고, 민간병원이 꺼리는 장애인 전문 시설이나 호스피스 병동 등도 갖추고 있었는데, 폐업 후 그 기능을 민간에서는 제대로 맡아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만성적자 구조를 이유로 결국 폐업은 강행됐지만, 이후 서부경남 지역의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 강화와 그 대안의 일환으로 ‘제2의 진주의료원’ 역할을 할 공공병원 설립 당위성은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폐업 전 2012년까지 진주의료원을 이용한 환자를 보면 사천·하동·산청·고성·의령·합천 등 진주 외 서부경남 지역 환자의 비율이 거의 15% 가까이 됐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은 것은 진주에 국한된 문제만으로 볼 수 없다는 의료계의 목소리도 있다.

    정백근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부경남의 건강 수준은 동부경남에 비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고, 순환기계통(심뇌혈관질환)의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추세대로 간다면 경남의 다른 지역보다 사망률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공공부문 2차의료 제공을 통해 취약한 지역주민들의 건강 안전망 역할을 하는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현 인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서부경남이 의료 접근성이 낮은데다 의료취약지역도 많고, 심뇌혈관질환자 비율이 높은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해 공공성을 살릴 수 있는 공공의료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발전연구원이 지난해 서부경남 지역주민 1000명과 보건의료 전문가 4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주민과 전문가 모두 서부경남 의료취약지 공공 종합병원 신축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발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서부경남권 보건의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요구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서부경남권의 인구학적 특성, 보건의료 인프라, 건강수준을 고려할 때 거점 종합병원의 설립이 필요하며, 국립대병원과 보건소 및 민간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중간조직으로서의 역할, 보건의료 불평등 해소, 권역별 공공보건의료체계 재구축의 중심병원으로서 설립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경수 도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줄곧 제기돼 온 의료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으로 ‘서부경남 혁신형 공공병원’ 설립을 공약했다. 경남도는 보건복지부의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에 따른 용역과 별도로 올해 상반기부터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후보지 선정과 설립 타당성 등을 검증한다. 이후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와 설립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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