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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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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68) - 하나치, 맞줄임

  • 기사입력 : 2019-0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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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4282해(1949년) 만든 ‘셈본 5-1’의 29, 45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9쪽 첫째 줄에 ‘작은 수’가 있습니다. ‘작은 수’라는 말은 여기서 배울 것이 무엇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해 주는 풀이말입니다. 일곱째 줄에 “작은 수는 다음과 같이 쓴다.”라고 풀이를 해 주는 것을 보면 똑똑히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배우는 아이들을 헤아려 주는 듯한 낱말과 월(문장)이 참 반갑고 좋습니다.

    셋째 줄에 ‘하나치’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처음 보시는 말일 것이고 보신 적이 있는 분들도 참 오랜만에 보실 테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옛배움책에서는 ‘하나치(단위)’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홉째 줄에 ‘견주어 보아라.’도 제 눈에는 쏙 들어 옵니다. 이렇게 잘 썼던 말을 누가 무슨 까닭으로 바꾸었는지 참 알고 싶습니다.

    45쪽 첫째 줄에는 반갑고 고마운 말이 이어서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에 나오는 말이 묶음표 안에 나오기 때문에 여러분도 무슨 뜻인지는 잘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배움책에 ‘약분’으로 나오는 말을 옛배움책에서는 ‘맞줄임’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약분’을 가르친 뒤에 ‘약분’이 무엇인지 물으면 그 뜻을 똑똑히 말하는 아이는 많지 않습니다. ‘약분’을 할 줄 알지만 그것을 말로 풀이를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약분’은 ‘분모와 분자를 똑같이 맞줄이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더니 아이들은 훨씬 쉽게 알아차리고 또 오랫동안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다음 나오는 ‘분모를 같게 함’은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말입니다. ‘통분’이라는 말을 배우고 그 뜻을 아는 아이들은 ‘통분’을 어렵지 않게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다음 분수를 통분하시오.”라는 풀거리(문제)를 풀지 못 하기도 합니다. “다음 분수의 분모를 같게 하시오.”라고 하면 아이들에게 짐을 하나 들어 주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지난 경남교육박람회 때 토박이말 놀배움 자리에 오셔서 옛배움책을 눈으로 보신 분들은 한결같이 옛배움책에서 썼던 말이 쉬운 말이라고 하셨습니다. 처음 보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배우는 아이들한테 어떤 말이 쉬운 말인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쉬운 말로 된 쉬운 배움책을 만들어 주는 일에 여러분의 힘과 슬기를 보태 주십사 거듭 말씀드립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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