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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철밥통- 이종훈(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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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초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27만여명이 참여하면서 청와대 답변 기준(한 달 이내 20만명 이상)을 넘었다. 또 지난달에는 ‘국회의원 연봉 2000만원 인상 추진,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높은 14% 셀프 인상을 즉각 중단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21만여명이 동참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국회의원의 자화상이다.

    ▼그들은 ‘고비용 저효율 집단’의 상징으로 꼽히면서 리얼미터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관별 신뢰조사에서 최하위인 1.8%를 기록했다. 제 할 일은 하지 않고 막대한 세비를 축내는 데다가 200가지가 넘는 특권을 누리면서 불신은 쌓이고 신뢰도는 추락하는 것이다. 게다가 4년 임기 동안 국회에 나가지 않아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의원 신분을 하루만 유지해도 연금을 받을 수 있으니 ‘철밥통’이 아닐 수 없다.

    ▼철밥통이란 ‘철로 만들어서 깨지지 않는 밥통’이라는 뜻으로 해고의 위험이 적고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원래 중국에서 만들어진 단어다. ‘무쇠로 만들어진 밥그릇’을 뜻하는 테판완(鐵飯碗)이 그것이다. 공무원을 비롯한 공기업 등의 종사자를 다소 부정적으로 말할 때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은 혁신을 거듭하면서 철밥통이란 굴레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지난해 7월 유럽 최대의 철밥통이라 불렸던 이탈리아 국회가 의원연금을 최대 70% 삭감하기로 결정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매년 4000만 유로 (약 525억원)의 혈세가 절감될 것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국민들이 표로써 심판을 하자 국회 스스로 생존을 위해 철밥통을 깬 것이다.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그들을 제어하는 방법은 국민들의 표심밖에 없는 것인지 씁쓸하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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