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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식들 보기 미안한 세상- 이창하(시인)

  • 기사입력 : 2019-0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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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다. 모든 일들은 결국 먹고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의 먹고사는 것이 요즘처럼 힘든 시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이렇게 힘드니 민심은 더욱 뒤숭숭하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 등장한 ‘전대협’이라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인상 깊다. 문 대통령을 경제왕, 태양왕, 기부왕, 외교왕으로 칭송(?)한 것으로 실업자 113만 시대 최저임금 8350원으로 우리 경제의 실뿌리인 경제를 망치는 경제왕, 탈원전을 주장하면서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려다 망신당한 태양왕, 외교·안보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나라까지 기부한 기부왕, 중국 방문에서 열 끼 식사 중 여덟 끼를 혼밥했다는 외교왕이다. 이 칭찬(?)은 갓 전역한 20대 대학생의 눈에 비친 현 정부의 진면이다.

    정치는 대화와 화해로 이뤄진다는 어느 원로 정치인의 말이 생각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현 국회의장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김태우 수사관의 비리폭로나 신재민 전 행정관의 내부고발을 두고 기재부에서 맞고발한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또한 청와대 5급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호출해 인사문제를 의논하고 그것도 부족해 길가에서 관련 자료를 분실한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정부의 태도나, 김정은이 방중하는 긴박한 상황에 비서실장으로 임명한다면서 주중대사를 소환하는 사태, 이런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그래도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들이 먹고사는 데 불편이 없다면 국민들은 모든 것을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DNA가 있다. 지금 도심지에 나가보면 다섯집 건너 빈 점포에다, 젊은이들이 직장은 고사하고 알바 자리조차 기본금 인상으로 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분별한 복지정책으로 나랏돈이 자꾸만 샌다는 것이다. 이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모두 세금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그 세금이 부족하니까 국채를 발행해 빚을 내게 되니 이 빚은 또 누가 갚아줄 것인가. 결국은 우리 후손들이 해결해야 하니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식들을 팔아서 먹고사는 꼴이 된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니 요즘 자식들 보기가 여간 미안하지가 않다.

    광화문 시대를 연다면서 소통을 강조하던 대통령이 지난 한 해 동안 외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한 것이 총 28회였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국가라는 큰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정말 비즈니스의 자세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가 의심스럽다. 일반 기업인들조차도 한 달에 절반 이상을 사람을 만나서 조금이라도 이익을 창출하려고 노력하는데 하물며 일국의 대통령이 되어서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니 가까운 참모들과 탁상공론을 할 수밖에 없고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정부는 바닥민심이 무엇인지 먼저 읽어보고 그 뜻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백성들의 삶이 부유해지면 저절로 풍속이 순박해지고, 효제(孝悌) 또한 저절로 일어날 것이다’고 했다. 지금 사회는 너무 먹고살기 힘들고 먹고살기 힘들다 보니 사회가 날로 흉포해지고 있는 것 같다. 위정자들이 이 상황을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부모로서 자식들에게 미안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이창하 (시인)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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