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5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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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03) 제24화 마법의 돌 ③

“시기상조라구요?”

  • 기사입력 : 2019-0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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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유수한 기업은 첨단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냉장고나 선풍기만으로는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이 될 수 없다. 두뇌를 이용한 첨단기술을 개발해서 부가가치가 높은 전자산업에 진출해야 우리 회사도 살아남는다.’

    이정식은 그런 생각을 하자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지식 사업에 대한 구상을 하고 사람들의 조언을 들었다. 그리하여 앞으로 무한하게 발전할 수 있는 분야가 반도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정식은 대학을 미국에서 다녔다. 학업성적은 뛰어난 편이 아니었으나 전자산업에 대해서 눈을 떴다. 한국은 자동차 등 중공업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었다.

    섬유산업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었으나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임금도 오르고 있었다. 미래산업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망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해외담당 비서실 직원 임충수는 반도체에 대해서 자세하게 조사를 한 뒤에 이정식에게 보고했다.

    “기업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이정식이 임충수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당연히 적자지요. 우리에게는 시기상조입니다.”

    “시기상조라구요?”

    “반도체 산업을 하려면 주변 여건도 맞아야 합니다. 반도체만 앞서 나갈 수 없습니다. 나중에 미국과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하면….”

    “그럼 우리는 영원히 1등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해방된 지 30년도 안 되었습니다.”

    “그건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정식은 1945년 생이니까 당시에 29세였다. 이정식은 해방이 되던 해에 태어났다. 태어난 날도 8월 15일이어서 광복절이 그의 생일이었다.

    “적자도 적자지만 반도체는 우리 기술로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입니다.”

    “그래요? 하지만 나는 반도체 사업을 반드시 하고 싶으니까 20년, 30년 후를 내다보고 보고서를 새로 만들어주세요. 일본과 미국 자료를 바탕으로….”

    임충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긴급조치로 나라가 어수선한데 해외자료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임충수는 석 달 만에 두 개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첫 번째는 반도체 산업의 전망이었다. 일본과 미국이 반도체에 대해 대대적으로 연구하고 공장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는 반도체에 대한 학술적인 보고서였다. 학술보고서는 반도체가 첨단산업이고 미래의 모든 사업이 반도체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반도체가 무엇인데 모든 사업이 영향을 받는 것인가?’

    이정식은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는 임충수의 보고서를 가지고 다니면서 종이가 닳을 정도로 읽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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