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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2019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를 만나다

문학의 열병이 꿈을 향한 첫발 내딛게 했다

  • 기사입력 : 2019-0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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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리가 내리더니 흰 눈이 사각사각거리는 겨울이 왔다. 이맘때면 이파리가 다 떨어진 감나무 끝에 매달린 홍시를 쪼아 먹는 까치가 종종 눈에 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 때문인지 지나가다 까치밥을 먹는 녀석과 마주하면 마음이 들뜬다. 다섯 명의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는 지난해 12월 아침에 우연히 본 까치처럼 기분 좋은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15일 오후 문단에 얼굴을 갓 내민 샛별들이 ‘2019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에 참석했다. 시상식 직후 당선 전화에 가슴이 일렁였다는 다섯 행운아들을 만나 문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학’이 하고 싶어 신춘문예 열병을 심하게 앓다가 당선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본 이들은 만면에 자신감이 넘쳤다. 유쾌한 당선자들은 문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포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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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상자들이 15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용지문화공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정희, 조경숙, 이경선, 김향숙, 정원채씨./전강용 기자/

    ◆정민주 기자= 올해 경남신문 신춘문예는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응모작이 많았습니다. 사실 요즘엔 ‘문학’이 시들하잖아요. 어떤 계기로 문학에 첫발을 내딛게 되셨나요?

    △안정희(동화)= 초등학교 때부터 제 꿈은 정해져 있었어요. 작가가 되기로. 하지만 삶에 쫓겨 꿈을 실현할 기회가 없었죠.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시작한 것이 오십을 넘어서였습니다. 평소에 아이들을 좋아해서 자연스레 동화를 선택하게 됐죠.

    △정원채(소설)= 저도 어렸을 때부터 혼자 할 수 있는 의미 있고 창의적인 일을 꿈꿨어요. 그 가운데 종이와 펜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문학이 어린 마음에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많은 분량을 원 없이 쓸 수 있고, 오랫동안 혼자 작업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소설이라는 장르를 선택했습니다. 거기서부터 출발해 일탈과 회귀를 반복하며 계속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경선(시조)= 저는 별다른 계기가 없어요.(일동 웃음) 그냥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다고 말씀드려야 하겠네요. 글을 쓰는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습니다.

    △김향숙(시)= 어느 날 마트 한편에 있는 시집 한 권이 발길을 사로잡더라고요. 까맣게 잊고 있던 문학의 꿈이 되살아났습니다. 삶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고 들었습니다. 진정한 삶의 가치와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조경숙(수필)= 위기청소년들과 생활하다 보면 가슴 저미는 안타까운 사연이 많아요. 하지만 그들에게도 밝고 톡톡 튀는 생기발랄함을 발견할 수 있죠. 아이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일기 형식으로 남겨봤습니다. 이런 기록을 보고 친구인 김영미 수필가가 글을 써보라고 권유하더라고요.



    ◆정민주 기자= 대략 전국의 25개 언론사에서 신춘문예를 열고 있어요. 경남신문에 원고를 보낸 이유가 있나요?

    △김향숙= 제 고향이 남쪽이라 친정 같은 느낌이 들었고요, 하동 평사리문학대상을 받으면서 묘하게 경남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조경숙= 저는 경남에 살고 있으니까요, 경남신문 신춘문예는 문학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었죠. 앞서 신춘문예로 등단하신 선배님들의 왕성한 활동이 멋진 본보기가 되기도 했고요.

    △이경선= 신춘문예에 글을 투고하겠다고 마음먹은 뒤 시조 부문이 있는 곳들을 살펴봤어요. 고심하며 지난해 당선작들을 읽어봤죠. 지난해 경남신문 시조 당선작과 심사평을 읽고 이곳에 투고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안정희= 천천히 가자는 마음으로 게으름을 피우다 정신을 차려보니 마감이 임박했더라고요.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서둘러 투고를 했습니다. 경남신문에 당선이 됐으니 이 또한 운명인가 봐요.

    △정원채= 저도 어떤 운명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계산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어떤 인연이요. 제 졸고를 높이 평가해주신 심사위원들을 경남신문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 그리고 경남신문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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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주 기자= 올해 당선자들은 당선 전화를 비교적 담담하게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어요.(웃음)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김향숙= 담담한 걸로 느껴졌나요? 저는 뜻밖의 당선 소식을 받고 말문이 막혔었어요. 믿어지지 않았거든요. 설렘과 기쁨이 전율로 다가왔습니다.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당선 소식을 전해준 여기자님의 예쁜 목소리가 생생합니다. 당선을 축하드린다는…. 기쁘지 않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 제가 할 말을 잊었던 것 같습니다.

    △안정희= 아이들 방과후 지도를 하고 있었는데요, 최종심에 올랐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참 많이 기뻐서 아이들에게 자랑도 했죠. 몇 시간 후 당선이 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얼떨떨했죠.

    △조경숙= 저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쿵쿵 뜁니다. 결핵환우들을 위한 동지팥죽을 쑤어 그릇에 담고 있었는데요, 최종심에 올랐다는 전화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해거름에 당선 전화를 받고 몸이 둥둥 떠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던데요. 밤에도 낮에 받은 전화가 믿기지 않아 볼을 감싸고 마당을 한참을 걸어 다녔어요. 평생 잊을 수 없는 짜릿하고 행복한 전율의 순간이었어요.

    △이경선= 지하철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결과를 10분 후에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집에 도착할 때까지 전화가 안 와서 떨어졌구나 생각했어요.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어보니 통보가 늦어졌다며 당선이 확정됐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기뻤어요.

    △정원채= 모든 신춘문예의 당선 통보가 그쯤이면 이미 전달됐다고 생각해서 전혀 기다리지 않고 있었어요. 내년에는 좀 더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휴대폰 메모 앱에 제가 보완·극복해야 할 점을 참회하듯 기록하다 전화를 받았어요. 전화를 받은 후 바깥으로 나와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놀라지 않았던 건 실감이 나지 않아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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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주 기자= 응모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숨은 이야기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해도 좋고요.

    △안정희= 사실 당선작은 저에 대한 글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왠지 남들과 다른 것 같았어요.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별로 없었고, 운동이나 놀이에 약했습니다. 어른이 된 후에도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서툴기만 했죠. 오랜 습작 기간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던 중, 공룡이 떠올랐습니다. 환경에 적응 못해 멸종된 생물체. 제가 마치 그 공룡 같았어요. 이 글에 나오는 저글링 아줌마, 맘모스 고성준은 우리 동네 실존인물이 모델이랍니다.

    △김향숙= 명왕성은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왜소 행성입니다. 국제천문연맹의 행성분류법이 바뀌어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소 행성으로 분류됐죠. 요즘은 전파사가 보기 힘든 시대입니다. 마치 명왕성과 같은 처지이죠. 그래서 명왕성 전파사라는 시를 써봤습니다.

    △정원채= 소설이 잘 써지지 않던 몇 년 동안 사진을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소설 작업을 위한 취재 도구로 써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만 사진의 매력을 느꼈어요. 사진가 선생님께 사진을 배우기도 했어요.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사진 작업을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됐어요. 자연스럽게 암실을 소설적 장치로 설정한 소설을 구상하게 됐어요. 디테일을 살리고 실감 나는 묘사를 하기 위해 실제로 암실 작업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조경숙= 제가 하는 일과 연관이 있는 글인데요, 인생이란 어쩌면 진흙 밭에서 아름다운 연꽃 한 송이를 피워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너른 연잎이라고 생각하며 아이들을 감싸주고 싶었고 나누어 먹는 연잎밥을 통해 따듯한 가족애, 상처뿐인 아이들의 가슴에 은은한 향기 한 줌 배어들게 하고 싶었어요.

    △이경선= 저는 투고 하루 전 마지막 연을 붙잡고 늘어졌어요. 한참을 보다 고쳤는데요, 심사평에서 마지막 연을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노력을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서 기뻤어요.



    ◆정민주 기자=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요?

    △이경선= 재미있는 글, 신선한 글, 반짝이는 글을 좋아합니다.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김향숙= 저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밝은 글을 쓰고 싶어요. 그보다 먼저 스스로 희망이 되고 만족하는 글을 쓰는 게 목표입니다. 세상에 제시되고 규정된 수많은 것들을 되짚어내는 시를 쓸게요.

    △정원채= 문학성을 가진,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이고 싶습니다. 동시대성을 잃지 않으면서, 이야기 자체의 재미가 있어야겠죠? 한편으로 도덕과 윤리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인간의 문제를 좀 더 깊이 파고들면서, 언어 미학이라는 소설 고유의 강점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경숙= 사각지대에서 그림자처럼 힘든 시간을 건너고 있을 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안정희= 제 글의 주인공처럼 소외된 아이, 외로운 아이, 경쟁에서 밀려난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쓸게요. 상처 받은 모든 아이들에게 제 글로 말해주고 싶어요. ‘너 자체만으로 이미 완벽하다’고.



    ◆정민주 기자= 인터뷰에 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조경숙= 일과 문학을 보듬고 살아가느라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많아요.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어요.

    △정원채= 동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변덕이 심한 형을 격려하고 조언하며 흔들릴 때마다 붙잡아 줬어요. 동생은 에세이 작가인데, 앞으로 서로 격려하며 의미 있는 글 작업을 계속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향숙= 아직 제 몸에 맞지 않은 과분한 옷이지만 행복한 옷을 입혀주신 경남신문과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저의 친정이 돼주셨으니 세상의 고된 시집살이의 푸념을 다 받아주셔야 합니다.(웃음) 경남신문과 좋은 인연으로 계속 만나고 싶어요.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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